과도한 업무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 두 명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22일 집배노조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숨진 집배원 원영호씨와 이길연씨의 유족들이 낸 유족보상신청을 지난 17일 승인했다.
원영호씨(당시 47세)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근무하던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근처에서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린 뒤 몸에 불을 붙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노조는 “안양지역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로 물량이 급증했지만 적정한 인력이 증원되지 않아 고충을 토로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길연씨(당시 53세)도 지난해 9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서구 서광주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그해 8월 우편물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치료를 받았다. 부상에서 회복하기도 전 우체국으로부터 출근을 독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두렵다. 이 아픈 몸 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쓴 유서를 남겼다.
이씨 유족들은 “순직이 인정될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며 지난 17일까지 136일째 장례를 미뤄왔다. 이번 순직 인정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노조와 유족은 장례 일정을 논의중이다.
지난해 10월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21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이 34명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순직으로 인정된 경우는 24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32명이 숨졌다.
원씨 사건을 담당한 노무법인 봄날의 박종태 노무사는 “고인은 만성 과로상태에서 사망 직전 배달구역이 완전히 바뀌며 낯선 배달구역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우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됐다”라며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인의 사망과 공무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박 노무사는 “두 집배원의 사망은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이로 인한 장시간 노동에서 비롯됐으며 지금도 많은 집배원들이 장시간노동과 감정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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