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8 김상범 기자
18일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시작한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가 노사정 대화의 성패를 가를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이 “휴일에 일해도 수당은 지금처럼 150%만 준다”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고칠 경우, 모처럼 해빙 무드를 맞은 노·정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방문해 김명환 신임 위원장과 만났다. “환영한다” “반갑다”며 덕담을 나눴지만 불편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개악’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도 “지금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 하는데, 어렵게 이뤄지는 대화가 시작부터 어려워지지 않도록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문 대통령과 만난다. 정부가 제시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도 긍정적으로 보는 등 사회적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계는 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앞서 16일 우 원내대표와 만나 ”노동계와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 대화의 문이 열리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중대 결단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첫 대표자회의에는 참석하기 힘들다고 밝혔으나 한국노총은 참여할 예정이었다. 김주영 위원장의 경고는 24일 회의에 한국노총도 불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복할증 문제는 정부·여당이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부딪친 암초다. 국회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그렇게 되면 휴일에 일한 사람에겐 기업이 휴일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줘야 한다.
야당이 “기업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하자 홍영표 위원장이 돌연 “중복할증을 허용하지 않겠다”라는 카드를 내놨다. 중복할증을 야당과의 ‘협상 카드’로 만든 셈이다. 노동계는 “휴일노동에 강력한 임금 가중치를 둬야 장시간 노동을 없앨 수 있다”며 반대하고, 여당 내에서도 공약을 뒤집는 것이라는 반발이 적지 않다. 우 원내대표가 “중복할증을 허용하되,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중재안을 내며 진화에 나섰으나 홍 위원장은 개정안을 다음달 표결에 부치겠다고 하는 등 당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난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3~4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 때 휴일·연장수당을 중복해 지급하지 않는 쪽으로 법이 바뀌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계와 일부 여당 상임위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 개정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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