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원 기자
교육부가 주요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앞서 최대 6개월까지 여론을 듣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추진 전에 먼저 숙려기간을 둘지 검토한다. 지난해 수능 개편 연기부터 올해 초 어린이집·유치원 영어 특별활동 금지까지 주요 교육정책들이 현장 반발에 부딪혀 좌초되자 정책 수립단계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자료 교육부
교육부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18년 정부업무보고를 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고치려면 40~60일간 입법예고를 하는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정책을 만드는 단계부터 사안별로 소통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려 한다”며 “국민적 관심이나 파급력이 큰 정책의 경우 30일~6개월의 숙려기간을 운영하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려기간에 국민 반대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면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교육정책에 ‘숙려기간’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새 정부 출범 뒤 추진한 굵직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잡음을 일으켜 유예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 2가지를 내놨으나 두 방안 모두 비판이 많았고, 결국 수능 개편은 1년 연기됐다.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은 교사들과 임용시험 준비생들의 반대에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 들어서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 특별활동을 제한하기로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쳐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 없이 무리하게 교육개혁을 밀어붙이려 하다가 여론에 밀려 갈짓자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차관은 “올해 추진하는 모든 교육정책은 숙려제 대상이 될지 해당부서에서 먼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교육정책들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큰 것들은 숙려기간을 둘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8월 발표할 예정인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선 이미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한 대입정책포럼이 운영되고 있다. 영어 사교육 제한, 어린이집·유치원 영어교육 제한 등 민감한 사안들도 숙려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국민 소통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인 ‘온교육’에서 정보제공부터 토론까지 한번에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한편 올해 교육부는 대학입시와 고교입시를 동시에 바꾼다. 수능과 학생부 위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고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대입제도 종합 개선대책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한다. 올해부터는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입시가 일반고와 동시에 치러진다. 중학교 1470곳에는 자유학년제가 도입되고, 고등학교 105곳이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운영된다.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기본계획과 법적 근거를 만든다. 상반기 중 학교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 건물 내진성능을 보강할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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