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나흘만에 지방노동청부터 찾아 쓴소리를 했다. 각 지방노동청에서 파업 중인 노동부 상담원, 시위 중인 석유공사 노조 관계자들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 장관은 18일 부산시 연제구의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울산 남구의 울산지청을 방문하고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김 장관은 근로감독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인력부족과 늘어나는 업무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묵묵히 애써 온 근로감독관 여러분들께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현장에서 근로감독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어온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근로감독관들은 ‘노동경찰’로도 불리지만 각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들은 주로 임금체불 사안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의 임금체불액은 절대액 기준으로 일본의 10배에 달한다. 또한 근로감독이 이뤄진 사업장은 전체의 1% 수준이었다.감독 역시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기업 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장관은 이날 LG화학 직원이 노조 불법도청을 벌인 사례를 들면서 “사전에 제대로 강력하게 지도·감독 했다면 사회 문제화 되기 전에 해결됐을 것”이라면서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감독을 해야 잠재된 문제를 밝혀낼 수 있다. 근로감독을 철저히 실시하여 공개하고, 그 파급효과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사업주의 준법의식도 제고되고 사건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감독관들이 “신고사건의 대부분이 임금체불에 해당된다”면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자 김 장관은 “임금체불 사업주도 세금 체납과 같이 번호판 압수, 재산 압류 등 다양한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고교과정에 노동법 교육 의무화되게 하겠다”
김 장관은 또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법 교육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근로감독관들이 “노동자와 영세·사업주 모두 노동법을 잘 알지 못해서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노동법 교육 지원”을 건의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근로감독 행정의 문제점들은 근로감독관 개개인에게 역량과 태도의 변화만 강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근로감독 제도 전반의 개편을 예고했다. 수사와 근로감독 부서를 분리하고, 근로감독 부서는 비정규직 차별·근로시간 위반·불법파견 등 주요 사안별로 체계를 구축해 ‘예방감독’에 초점을 맞추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문성과 권한의 확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자동화·효율화 방안도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김 장관은 “제가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임금체불, 산재사고, 부당노동행위, 이 세 가지는 반드시 해결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 노동 상황판을 집무실에 걸어놓고 매일 챙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업 중인 노동부 상담원과 악수
김 장관의 ‘파격’ 행보는 간담회 이후에도 계속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후 청사 밖에서 파업 중인 노동부 소속 상담원 100여명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했다. 또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이어 울산지청에 도착한 후에도 청사 안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청사정문 밖 인도에 모여있던 석유공사 노조관계자 30여명과 손을 잡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김 장관과 인사를 나눈 파업 노동자들은 노동부 소속 직업상담원들이다. 이들은 일반 상담원 폐지와 전임 상담원으로의 통합 등에 관한 교섭이 결렬되면서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김 장관이 울산지청에서 인사한 석유공사 노조 관계자들은 김정래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명박 정권 때 해외 자원개발에 무분별하게 손을 대, 경영위기를 맞았으나 경영진이 주로 직원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한데다 경영진의 측근채용 비리, 자산매각 비리 의혹, 노조활동 방해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부는 석유공사 측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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