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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노동시간 단축]빈부 격차 커진 노동시간...개정안 주요 쟁점은

김상범·송윤경·최미랑 기자 ksb1231@kyunghyang.com

‘휴일 노동을 돈으로 보상할 것이냐, 아니면 실질적인 휴식권을 보장할 것이냐.’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장을 관통한 가장 굵직한 질문이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수당 지출을 강요해 초과 노동을 막는 것과 민간기업 노동자들에게도 평등한 휴일을 줄 것, 둘 사이의 가치판단은 휴일근로 중복할증 쟁점과도 연결된다. 

ㆍ일부 대기업 52시간 시행…규모 작을수록 시기 늦어 ‘역차별 논란’ 가능성 제기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동계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금전 보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게 핵심이고, 이 논리대로라면 휴일에 일한 대가로 연장·휴일수당이 함께 지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사건을 다룬 대부분의 하급심도 중복할증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근로기준법 개정을 미뤄야 한다”고 해 왔다.

하지만 중복할증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실제 휴식으로 온전히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제조업 일부 직종과 병원·대형마트 등을 제외하면 휴일에 일을 하는 직군 자체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정안에서) 중복할증 부분이 빠지기는 했어도 노동자에게 돈보다는 휴식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하기로 한 점은 ‘역차별’ 논쟁을 부를 수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오는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각각 시행된다. 

기업들에 적응할 시간을 주자는 목적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그룹사들은 자율적으로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근태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회사가 클수록 신규인원 모집이나 생산성 향상이 수월해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의 혜택을 받기 쉽다. 반면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장시간 노동 비중이 높은데 법안 적용 시기는 더 늦다.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8시간의 한시적인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노사 합의’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영세기업은 대개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주 60시간제’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ㆍ초과 근무자 비율이 높은 5인 미만 사업장 대상 제외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번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 비율이 21.1%로 가장 높다. 노동계 관계자는 “2004년 주 5일제를 시행할 때도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7년 만에 적용받아 근로시간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12월 신세계그룹이 ‘주 35시간제’를 도입했을 때, 본사 사무직들은 빨리 적응한 것과 달리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던 현장 판매직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본회의 통과 땐 대법 ‘중복할증 판결’ 영향 주목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통과시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앞으로 적용될 노동시간·임금에 관한 논란은 정리된다. 하지만 ‘과거’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평일에 주당 40시간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4시간씩 추가로 일한 경기 성남시의 청소노동자들이 2011년 성남시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은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원고는 주말노동의 수당으로 연장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을 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피고는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하는 게 맞다고 맞서왔다. 

이번에 마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넘는 노동 대가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휴일노동 역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휴일근로수당이 지급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연장노동이자 휴일노동이기도 한 주말의 노동이다. 주말근무수당으로 연장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을 모두 주는 것을 ‘중복할증’이라고 한다. 과거 고용노동부는 현행법으로는 중복할증(연장근로·휴일근로수당 모두 지급)은 안된다고 해석해 왔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같은 상급심에선 입법취지를 반영해 판결한다”면서 “이번 개정안 합의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한 과거의 행정해석을 용인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측 대리인인 조영찬 변호사도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중복할증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개정안에서도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재판부가 ‘과거임금’에 대해선 중복할증을 인정하기가 수월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때 원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재판부는 중복할증을 하라고 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개정안 때문에 기업은 앞으로 발생할 미래의 (중복할증) 임금 부담을 덜었다. 재판부도 그 문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