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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노동계 “중복할증 빠져 개악”…노사정 대화에 ‘악재’ 되나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사 의견을 절충해 만들어졌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이해가 첨예하게 달라 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대단히 균형 있게 합의를 도출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극단의 요구에서 균형점을 찾았다는 자평이다. 노동계 요구인 중복할증을 제외하는 대신 관공서 휴일을 유급휴일로 만들어 휴식권을 보장하는 ‘빅딜’이 오갔다. 특례업종도 지난해 8월 잠정합의 때 10개까지 줄이기로 한 데서 더 나아가 5개만 남기고 모두 제외시켰다.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이라는 ‘상한선’도 달아 무제한 노동을 막았다. 그 반대급부로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는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 노동계·재계 모두 반발 

이해 관계자들은 환영과 불만을 동시에 내비쳤다. 특히 노동계는 ‘반발’ 쪽에 무게를 실었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제외된 것이 알맹이가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부실한 개정안’ ‘밀실 합의’라는 기류가 강하다. 이날 새벽 환노위의 합의 직후 민주노총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운송, 보건업을 제외한 특례업종 폐지와 연속휴식권 보장 등은 노동시간 ‘사각지대’ 해소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개정안이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왼쪽부터)가 27일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한 뒤 손을 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사용자 측도 만족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 통과를 존중한다”면서도 “공휴일을 민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 등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최장 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이 실행되면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 노사정 대화에 악재 우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이 해빙 무드에 접어든 노사정 대화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대 노총은 지난 1월부터 정부가 제안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중복할증 비(非)허용을 ‘2대 개악’으로 묶어놓고, 정부·여당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노정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노동계는 “휴일노동에 비싼 할증을 매겨야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해 왔고 여당도 중복할증 인정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던 바 있다. 

양대 노총은 법 개정 과정에서 빚어진 ‘노동계 패싱’에 당혹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여당이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노사정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노총도 28일 중집회의를 열 예정이며,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도 긴급 대응하기로 했다.

[사설]노동시간 단축 합의 잘했지만, 후유증 최소화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착수한 지 5년 만에 여야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안은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광복절·삼일절 등 법정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해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급여를 받고 쉴 수 있도록 하고,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도 휴일근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추가근로가 가능했다. 사실상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68시간이었던 셈이다. 환노위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법제화한 것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저성장시대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절실하다.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면 60만~7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환노위가 최대 쟁점이었던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노동계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200%(중복할증)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회와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란 큰 산을 넘었다고 안도해서는 안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이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만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