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 패럴림픽대회의 마스코트인 ‘반다비’가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에 이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호랑은 백호를, 반다비는 반달가슴곰을 모티브로 한 마스코트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반달가슴곰. _ 녹색연합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반다비의 ‘반다’는 반달가슴곰의 반달을 뜻하고 ‘-비’는 대회를 기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직위는 반달가슴곰을 패럴림픽대회 마스코트의 모티브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곰은 한국인에게 결단력 있고 믿음직스럽고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패럴림픽의 정신과 부합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대회가 시작되자 “이제는 반다비 시대”라면서 다양한 반다비 이모티콘을 추가로 배포했다. 다양한 동계스포츠를 즐기는 반다비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행복한 ‘반다비’, 철창 속 반달가슴곰들
환경단체들은 살아있는 ‘반다비’들의 현실에도 주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반달가슴곰 628마리는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34개의 농가의 좁은 철창에 갇혀있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로지 ‘웅담채취’를 위해 태어나 잔인한 죽음을 맞이해야할 처지다.
녹색연합은 12일 “평창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628마리 반다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웅담채취용 반달가슴곰의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의 ‘반달가슴곰 사육’ 역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농가 수익을 위해 재수출을 위한 곰사육을 장려했다. 이후 국제적으로 곰 등의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이 일었다. 1985년 곰수입은 중단됐다. 그러나 이미 수입된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증식해 2000년대 중반엔 1400여마리에 이르렀다. 현재 10살 이상의 곰이라면 웅담채취를 위한 도축이 합법이다.
녹색연합은 2003년부터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곰의 날’ 캠페인, ‘미안해 곰아’ 콘서트, 버스정류장 광고 등을 진행해 왔다. 2010년 드디어 환경부와 녹색연합, 곰사육농가(전국 곰사육협회)가 웅담채취용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협의체의 논의는 순탄치 않았다.
민관협의체는 비인도적인 상태에 놓여있는 사육곰을 정부가 모두 사들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지만 정부가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했다. 대신 더는 증식하지 않도록 중성화수술을 시키기로 했다. 일부는 사육곰에서 전시관람용 곰으로 전환됐다. 농가들은 증식을 포기하고 일정한 보상을 받았다. 나이가 10살이 되지 않았는데 도축되거나 웅담채취용 곰이 아닌데도 도축되는 일이 없도록 사육곰 DNA DB도 구축했다.
몇발짝 움직이기도 힘든 철창 속의 일생
문제는 남은 사육곰들이다. 중성화수술을 마친 곰 967마리 가운데 현재 628마리가 살아있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약 한 평 짜리의, 앞뒤로 몇 발짝 움직일 수도 없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 배설물이 섞인 진흙 속에 몸을 누이고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628마리 가운데 도축연한이 넘은 10년 이상의 곰은 468마리다. 웅담수요가 없어 이들 반달가슴곰의 상품가치는 사라졌고, 농가의 사육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철창 속의 반달가슴곰을 ‘구출’해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웅담채취를 위한 곰사육이 만연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이다. 그중 베트남은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에 사육곰 보호를 위한 별도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임시 보호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우리 정부도 모든 곰이 죽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철창에 방치된 곰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보호소 설립과 별도 보호구역을 설치하는 등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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