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룡계곡에 사는 북방산개구리가 1일 알을 낳았다. 이곳 북방산개구리는 지난해엔 2월6일에 첫 산란을 했다. 무려 23일이나 늦었다. 올해의 혹독한 한파에 개구리도 움츠러들었다가 이제야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 사는 북방산개구리를 관찰한 결과 지난 1일 첫 산란을 했다고 4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2010년부터 9년간 이 일대의 북방산개구리 산란시기를 기록하고 있다.
북방산개구리 _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난 9년간 북방산개구리가 가장 빨리 알을 낳은 때는 지난해다. 2월6일 알을 낳았다. 2016년 겨울의 이상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늦게 알을 낳은 해는 2015년(3월4일)이다.
개구리는 기온이 몇도일 때 알을 낳을까. 과학자들은 동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거나 식물이 싹을 틔우는 온도를 연구해왔고, 이 온도를 발육영점온도라고 한다. 발육영점온도는 개체마다 다 다른데, 북방산개구리의 경우는 약 5도다.
기온이 5도를 넘긴다고 해서 개구리가 바로 알을 낳기 시작하는 건 아니다. 따뜻한 기운이 땅에 쌓여야 한다. 개구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포근해졌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생겨난 개념이 ‘적산온도’다.
적산온도는 수십일간의 일평균기온에서 발육영점온도(북방산개구리는 5도)를 뺀 나머지를 모두 합한 수치다. 이를테면 일평균기온이 6도, 6.2도 등이었다면 각각 1도, 0.2도를 합산하는 식이다. 이렇게 합산해서 나온 최종 숫자가 5도가 되는 시점을 전후해 개구리가 알을 낳는다.
구룡계곡에 사는 북방산개구리가 가장 늦게 첫 알을 낳은 2015년의 경우 지난 9년 중 적산온도가 5도가 된 시점이 가장 늦었다. 2015년 적산온도가 5도에 도달한 시점은 1월1일 이후 77일째 되는 날이었다. 올해는 아직 이 지역의 적산온도가 5도를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지리산국립공원은 올해는 1월1일 이후 70~80일째 되는 날에 5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룡계곡에 사는 북방산개구리는 1일에 알을 낳았지만 이곳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3㎞ 떨어진 지리산 하동 자생식물관찰원의 개구리는 좀더 일렀다. 이곳의 북방산개구리는 지난달 18일에 첫 알을 낳았다. 또 구룡계곡으로부터 16㎞ 떨어진 구례 피아골계곡에서도 지난달 20일에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올 겨울이 예년에 비해 유독 추워 구룡계곡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5년에도 추웠던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이곳은 깊숙한 산림지대이기 때문에 주민이 생활하는 지역과 기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지리산이 있는 경남 산청의 1월 일평균기온은 올해와 비슷했고 2월은 올해보다 훨씬 따뜻했다.
북방산개구리 산란관찰지점은 현재 지리산에 3곳이 있고 월출산, 무등산,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 설악산에도 1곳씩 있다. 수원 광교산과 제주시에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산란관찰지점이 생겨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 구룡계곡 북방산개구리 산란 시점을 볼 때 월악산의 개구리는 3월 중순, 소백산과 치악산은 3월 중순~하순, 설악산은 4월 초순쯤 산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고 암컷이 1년에 한번 산란하기 때문에 알덩어리 수만 파악해도 개체변동을 추정할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가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 및 계절 알리미 생물종’ 중 하나인 이유다.
송재영 국립공원연구원 부장은 “기후변화에 의해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일이 일정하지 않으면,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종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아 향후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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