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비정규직 대량해고 ‘쓰나미’가 눈앞에 닥쳤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1만명이 넘는 지역 협력사 직원들까지 거리로 내몰릴 위기다. 정부는 군산을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할 예정이지만, 이미 몇 해 전부터 고용불안을 겪어온 당사자들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하고 있어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3일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회사 전체 노동자 가운데 2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5월 말 문을 닫는 군산공장에서는 1500명 중 10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군산공장에 남는 정규직 500여명이 해고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희망퇴직 목표인원을 거의 채운 데다 정리해고의 법적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려면 구조조정의 칼날은 비정규직을 겨눌 게 뻔하다. 이미 지난달 28일 군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200여명이 소속 업체로부터 해고예고통보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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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앞서 밝힌 대로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늘어나고 지역 일자리 창출사업 등의 예산도 먼저 배정받는다. 쌍용차 구조조정과 중소 조선소 도산을 겪은 평택, 통영에 이어 세번째다. 대량해고 뒤에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사전 대응 성격이 강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업대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수준 등에서 낮은 것은 사실이므로 직업훈련이나 전직이 원활하게 되도록 고용서비스 제공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에겐 맞춤형 대책이 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과 비슷한 상황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국내 제조업 쌍두마차인 조선업과 자동차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점, 비정규직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이 그렇다. 조선업 위기 때도 특별고용지원업종 같은 대책이 나왔지만 고용안전망이 대개 고용보험과 연계돼 있어 고용보험에 들지 않은 상당수 2·3차 하청 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사내하청이나 협력업체도 4대 보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사자들은 “피부에 와닿는 생계대책이 아니다”라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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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위기지역이 되면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2개월가량 늘어난다. 퇴직 전 석 달 평균 급여의 60%가 나오는데, 군산공장은 휴업기간이 길었고 그사이 비정규직은 최저임금 정도만 받아왔다. 실업급여의 종잣돈 자체가 턱없이 적은 것이다. 재취업도 난관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40~50대에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들이 다시 취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영업자나 일용직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올해 군산공장 폐쇄라는 ‘이중 폭격’을 당한 군산에서 새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는 실직자들이 다른 지역이나 유관 업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알선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교명 한국지엠 군산비정규직지회장은 “조선소에서 쫓겨난 비정규직들은 그나마 업무가 비슷한 건설업 등에 흡수됐지만 자동차 공장에서의 기술과 노하우를 찾는 곳은 이 산업밖에서는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군산공장에서는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사내하청 1000명이 잘려나갔다. 김 지회장은 “그때도 지자체가 고용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구제된 이들은 적고, 대부분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지엠 문제는 지역경제와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 이중으로 교차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규직 노조도 일자리 나누기로 비정규직과 함께 살아남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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