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1만명 대상…852곳 연내 추진
ㆍ파견·용역 포함, 교사는 제외
정부가 상시·지속 업무를 다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막론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해 최대 21만여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화 작업은 1단계로 연내에 비정규직 근무현황이 파악된 852개 공공기관부터 우선 추진하며, 해당 기관들 내에서 노사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 의지를 밝힌 뒤 두 달 만에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5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 충분한 노사 협의를 통한 자율 추진, 고용안정·차별 개선·일자리질 개선의 단계적 추진, 국민 부담 최소화 및 정규직과의 연대, 국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지속가능성이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상시·지속 업무의 판단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과거 2년 이어져 왔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업무를 상시·지속 업무로 판단했는데, 여기서 ‘과거 2년’의 조건이 빠졌다. ‘해당 업무가 연중 10~11개월 지속될 경우’로 돼 있던 것도 ‘연중 9개월 이상’으로 단축됐다. 또 청소와 경비를 맡은 파견·용역 노동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추진했으나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한정돼 오히려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낳았다.
정규직 전환 작업은 비정규직 현황이 상당 부분 파악된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등 852개 기관을 대상으로 연내에 추진한다. 이들 기관의 비정규직은 기간제 19만1000명, 파견용역 12만1000명 등 31만여명이다. 그중 휴직 대체인력, 계약기간이 다른 법령으로 정해진 기간제 교사 등 10만명가량을 빼면 최대 21만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2단계), 일부 민간위탁기관(3단계) 등은 실태조사를 거쳐 추후 추진하기로 했다.
노사 협의 자율 추진 걸맞게 ‘비정규직 협상 창구’ 마련 시급
정부가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의 대상과 폭을 넓히고, 그 방식은 해당 기관들이 노사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간제 노동자는 기관별로 노동계가 추천한 인사가 포함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과거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던 간접고용 노동자는 앞으로 노동자와 사용자,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 방식을 택할지, 자회사 설립 형태를 취할지 결정하도록 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즉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되도록이면 올해 말까지 전환해야 한다. 파견·용역 노동자는 업체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20만명 대상, 기간제 교사 제외
가이드라인에는 이른바 ‘중규직’이라 불리던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기간제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던 관행을 없애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직원을 신규 고용하거나 기존 노동자가 퇴사해 새로 뽑을 때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차로 정규직화를 추진할 공공부문 852개 기관에 근무하는 인원은 총 184만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기간제 19만1000명, 파견용역 12만1000명 등 총 31만여명이다. 기간제 가운데서는 휴직 대체인력, 타 법령에서 계약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인력 등 약 10만명에 가까운 숫자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공무원임용령·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등 전문강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숫자는 총 5만5418명으로 전체 기간제의 29%를 차지한다. 노동부는 “교육부·지방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강사와 기존 교원,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계 “좋은 일자리 첫걸음”
노동계는 이전 정부의 방침보다 상당히 진일보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노동부 발표 뒤 성명을 내고 “좋은 일자리의 첫걸음을 디딘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회사 설립방안 등 일부 내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흡수 방식이 또 다른 외주화로 전락하거나, 원청 기관과의 차별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도 빈틈으로 지적됐다.
공공기관과 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기존 구성원에게 적용되던 직급·승진 제도를 비정규직에게 적용할 때 정규직과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직종별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직무급 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고, 호봉제를 적용받던 직원들이 반발할 것이 뻔하다.
■ 비정규직 ‘대표 창구’ 등 관건
비정규직은 노조 조직률이 낮은 데다 노조가 있더라도 다양한 직종을 대표할 수 없어 노사 간 협의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사업장 특성을 감안한 노사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기존 근로자와의 연대, 협조를 통해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노조가 있더라도 모든 비정규직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면서 “가급적 해당 직종 비정규직 대표들을 선출해서 대표성을 부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해 “예산 문제에서는 큰 틀을 가지고 있다. 처우 개선에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고용안정에 우선을 두고 나중에 처우 개선을 한다는 방침”이라면서 공공기관 기존 노동자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정부는 노동부 차관이 주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추진 과정을 감독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즉시 특별 실태조사를 실시해 올 8월까지 각 기관의 비정규직 현황과 잠정 전환 규모, 계획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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