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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내 인생은 46점”…취업해도 10명 중 8명이 ‘이직 고민’

취준생 “내 인생은 46점”…취업해도 야근·스트레스, 10명 중 8명이 ‘이직 고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싶지만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진다. 일단 생계가 급해 알바를 한다. 야근과 스트레스, 바늘구멍 취업문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들이다. 휴일엔 잠이 최고다. 항상 이직을 고민한다. 대출금 생각하면 한숨이다. 사람 상대하는 게 갈수록 어렵다. 혼자 밥 먹고 술잔을 기울인다. 그래도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질거야”라 생각한다.

이영민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팀이 그려낸 한국 청년들의 대략적인 삶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청년희망재단은 10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세미나를 열어 이 교수팀의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29일부터 한달간 만 19~34세 청년 1578명을 세 그룹(대학생 516명·취업준비생 535명·취업청년 527명)으로 나눠 취업 및 고용, 자기계발, 가족·인간관계, 금융·채무 등 8개 영역을 심층 분석했다.

■공공기관 선호도 높아…눈높이는 갈수록 낮아져

청년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은 공공기관(대학생 31.6%·취준생 37.9%)으로 조사됐다.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급여수준(대학생 36.4%·취준생 39.8%)이었다. 직장 안정성, 직무 적합성 등이 뒤를 이었다.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는 ‘좋은 일자리 부족(대학생 28.5%·취준생 35.7%)’이 꼽혔다. 학벌중심사회, 상향 평준화된 스펙, 경력자 선호문화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생의 선호 직장에서 ‘대기업’은 26.9%를 차지해 공공기관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준생들의 대기업 선호는 15.1%에 그쳐, 공무원(23.2%), 중소기업(17.9%)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취업 장벽을 몸소 경험하다보니 눈높이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창업을 하겠다는 청년도 5%가량 됐다.

연봉 기대치도 갈수록 낮아졌다. 대학생들의 취업 후 기대연봉은 평균 3891만원이다. 취준생은 3005만원으로 대학생 시절보다 줄어들었다. 실제로 받는 연봉은 그보다 더 적었다. 취업한 청년들은 평균 연봉 297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취준생 92.9%가 최근 한달 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46.5%는 극단적인 분노를 느꼈고, 45.4%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답했다. 취준생의 74.2%는 인간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68%가 ‘혼밥’과 ‘혼술’을 선호한다고 답했는데, ‘혼자가 편해서(60.4%)’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취준생의 67.5%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생활비 목적’이 84.5%로 가장 많았다.

■취업 성공해도 이직고민…10명중 4명 자녀계획 전무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삶은 팍팍했다. 취업한 청년 37.3%가 주당 평균 2회 이상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49%가 극단적인 분노를 느꼈고, 우울증, 불면증을 앓는 사람도 10명 중 3~4명 꼴이었다. 주된 여가방법은 ‘수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한 청년 49.7%가 “아픈 곳이 있지만 치료를 미뤘다”고 답했다. 본인이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26.8%에 불과했다.

응답자 가운데 35.1%만이 현 직장에 만족했다. 85%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으며, 60.9%는 현재 연봉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취업 청년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200만원이었다. 평균 대출금액은 3940만원이었고 84.8%가 상환에 부담감을 느꼈다.

결혼이나 자녀 계획도 희박했다. 취준생 51%가 결혼 의향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결혼 의향은 다소 높아졌으나, 44%가 자녀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금전적인 이유(29.7%), 양육의 어려움(15.5%), 힘든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14.2%) 순이었다.

스스로 매긴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100점 만점)는 대학생이 평균 53점, 취준생이 46점, 취업한 청년이 54점이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신감 등이 떨어졌다가 취업 성공 후 소폭 회복하는 모양새다. 미래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대학생이 62점, 취준생이 56점, 취업 청년이 62점을 매겼다. 이영민 교수는 “전반적인 조사 결과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모든 집단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과거에 비해 현재가, 현재에 비해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