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9월 초부터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KBS와 MBC 노조가 제작현장을 떠났던 2012년 방송 총파업이 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4일 오전 9시부터 엿새간의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가결되면 서울지역 조합원 1000여명 등 1700여명이 다음달 초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이미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350여명이 ‘블랙리스트’와 제작자율성 침해에 항의하며 일손을 놓은 상태라 찬반투표는 무리없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최고 강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도 이날 노보를 통해 공정방송 쟁취와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새노조는 다음달 초 MBC와 함께 파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KBS 양대 노조인 새노조와 KBS노동조합(1노조)은 지난 2월 찬반투표를 해 하루 동안 총파업을 했다가 잠정 중단한 상태여서 별도의 찬반투표 없이 곧바로 파업을 재개할 수 있다. 다수 노조인 1노조도 오는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파업 동참 여부를 결정한다. 이현진 1노조 위원장은 “직능단체장, 새노조 등과 논의할 예정이며 다음달에 함께 총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는 28일 자정부터, PD협회는 30일부터 제작을 거부할 예정이라 파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방송에 차질이 올 것으로 보인다.
양대 공영방송 노동자들이 동시 파업에 나서는 것은 MBC 제작중단으로 시작해 KBS 등으로 번진 사상 초유의 언론사 동시 파업 이후 5년만이다. 2012년 1월 MBC 기자회가 계속되는 편파보도에 항의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한 뒤 MBC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고, 3월부터는 KBS 새노조와 YTN, 연합뉴스 노조도 동참했다. 하지만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퇴진 등 당시 파업의 핵심 요구조건은 달성하지 못했다. KBS 새노조는 징계 최소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구성,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폐지 등에 합의하는 선에서 93일만에 파업을 마무리했다. 역사상 가장 긴 170일 파업을 벌인 MBC는 정치권의 정상화 약속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이후 5년간 부당징계와 전보같은 칼바람을 겪어야 했다.
김장겸 MBC 사장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호철 보도국장도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충실히 행하는 직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성과보상도 조속히 실시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응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관계기관들이 ‘공영방송 정상화’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 지금은 2012년과 상황이 다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해 방송의 공적 책임이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행위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했다. MBC의 경우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부당노동행위들이 적발돼 경영진 일부가 형사입건됐으며 수많은 고소·고발 사건이 걸려있어 경영진이 법적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4일 안광한 전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2012년 편집권 침해 중단, 사장 연임 반대 등을 내걸고 방송사들과 함께 장기간 파업을 한 연합뉴스에서도 박노황 사장의 퇴진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박 사장 퇴진 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23일 성명에서 “박 사장 체제에서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기사를 양산하게 됐다”며 연합뉴스와 정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하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25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향후 투쟁방법과 수위를 논의한다. 이주영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 사이에 2012년 103일 파업 후유증이 커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진이 물러나지 않고 조합원들의 인식이 변하면 더 강도높은 투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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