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명문 사립학교인 휘문중·고등학교 학교법인 이사장 일가가 학교 재산을 외부에 빌려주고 받은 기탁금을 빼돌리는 등 총 3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휘문중·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공금횡령과 예산 부당사용, 재산 부당관리 등의 사례를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면, 휘문의숙 김모 명예이사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법인사무국장과 공모해 학교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현금으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총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문의숙은 학교 체육관과 운동장을 한 교회에 예배공간으로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고 있었는데, 김 명예이사장은 교회에 학교발전 후원금 명목의 기탁금을 요구한 뒤 법인사무국장에게 학교법인·학교 명의의 계좌 개설을 지시해 총 6회에 걸쳐 기탁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탁금은 학교법인회계나 학교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현금과 수표로 전액 인출돼 김 명예이사장에게 전달됐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신규개설 계좌는 금액 인출 후 해지해 비위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김 명예이사장은 학교법인 신용카드를 이용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2억3900만원의 학교법인 예산을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도 나타났다.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민모 이사장은 단란주점 등에서 학교법인 카드로 900만원을 사용했고, 설립자와 전 이사장의 묘소 보수비, 성묘비용 등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 3400만 원을 학교법인회계에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법인은 또 학교 주차장 부지에 수익용 기본재산인 주상복합건물을 세워 임대료를 받고 있었으나 주택관리임대업(자기관리형)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게 보증금 20억원, 연 임대료 21억원에 전대권한까지 포함해 장기 임대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도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인사무국장에 대해서는 파면, 휘문고 교장과 행정실 직원 1명에 대해서는 감봉 징계를 내릴 것을 학교법인에 요구하기로 했다.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이사 1명, 법인사무국장은 고발하고, 이사장과 이사 1명, 감사 2명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감사에서 의혹으로 남은 부분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며 횡령액 38억원을 회수하는 재정상 처분도 요구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 대상으로 청렴한 서울교육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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