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꿉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친구로 살아가는 사회,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따뜻한 사회를. 강서구 주민분들께서도 따뜻한 성원 많이 보내주셨어요.”
“거짓말하지 말라고!”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건물 4층 강당. 내년 9월이면 지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서진학교로 탈바꿈할 이곳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가 열렸다. 강당은 물론 복도까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언을 마친 뒤 장내 분위기는 둘로 갈렸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지만 서진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강서구 주민들에게서는 고함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9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교육감-주민 토론회’ 이후 반년이 지나 다시 열린 설명회였다. 이번엔 장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지는 않았지만 일부 주민들의 거센 반대는 여전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주민 20여명이 교문 앞에서 ‘강서구 의견 외면하는 독선행정 즉각 철회하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강당에 들어가려는 조 교육감을 몸으로 막아 개회가 20분 늦춰졌다. 주민 10여명은 설명회 내내 피켓을 들거나 확성기를 동원해 진행을 막았다.
고성과 욕설 속에서 시교육청은 서진학교와 서초구 옛 언남초 터에 들어설 나래학교 신설계획을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2일 두 학교의 설계를 확정해 발표했다. 내년 9월 문을 열 두 학교에는 주변 주민들을 위한 편익시설을 많이 집어넣었다. 서진학교가 장애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교육복지시설이 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 교육감은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과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예로 들며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 주민들이 서운해하는 부분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교육청 땅인 이 자리에 한방병원이 들어와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이 들고나온 팻말에는 ‘국립한방병원사수 2차 토론회 결과 보고’라고 쓰여 있었다. 한방병원 설립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놨던 것이다.
시교육청이 강남구 나래학교에 대해 설명하니 몇몇이 “그 얘기는 강남가서 하라”고 소리쳤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저기서 뭘 가르친다는거야” “강서구 말고 양천구 가서 말해보라”는 말도 나왔다. 주민들이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들이 많은데 왜 강서구에 또 짓느냐”고 항의하자 조 교육감은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개교와 특수학급 1250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개교 일정이 정해진 학교에까지 반대가 사그라들지 않는 강서구 분위기는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먹구름을 예고했다. 학부모 이은자씨는 “예상하긴 했지만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면서 “서진학교가 님비(지역이기주의)의 상징이 됐는데, 내년 9월에 개교하면 아이들이 더이상 배제되지 않고 누구나 마음 편히 와서 누리는 시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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