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에게 학습부담 ‘이중고’를 떠안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거나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시모집 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라고 권고했다. 이 사업은 대학이 고교 공교육이 내실화될 수 있도록 돕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학 전형을 개선할 경우 2년 간의 입학사정관 인건비나 전형방법 연구·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평가지표 100점 중에 ‘수능 성적의 합리적 활용 및 개선 노력’에 3점을 배정했다. 2년 전 평가 때 서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방거점국립대들이 선정돼 지원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라는 강력한 압박인 셈이다.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비슷한 평가항목은 전에도 있었지만, 정부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대학들에 배포한 안내문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축소했는지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학생 서류제출 부담 완화 노력 정도’ 항목에서 교사추천서같은 서류가 입학전형에 꼭 필요한지 평가하겠다고 적시했다.
수시모집에서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항목을 줄이려 하는 것은 수험생 학습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다. 학생들을 다층적으로 평가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입학시킨다는 수시모집의 취지를 살린다는 목적도 있다.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4년제 대학 전체 모집인원의 70% 이상이 수시모집으로 선발됐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 비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전국 4년제 대학 200여곳 가운데 125곳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시키라고 요구했다.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으면서 ‘국·수·영·사회 중 2개 영역 등급 합이 4등급 이내’라든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모집하면서 ‘국·수·영·탐구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을 요구하는 식이다. 논술전형에서도 ‘국·수·영·사/과 중 3개 영역 각 2등급’ 식으로 수능성적을 요구하는 대학들도 있다.
그렇다 보니 고교생들은 교과(내신), 비교과(학생부), 수능시험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에 짓눌렸고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학별, 전형별로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복잡해 고액 컨설팅 등 사교육 의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았다.
교육부가 유도하는대로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거나 축소한다면 수능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와 수시로 분리해 모집하는 시스템에서는 수시모집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분리해내는 것이 학생들 부담을 줄이고 입시를 단순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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