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5세~39세 청년 가운데 36%는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을 고려해 본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를 물었더니 ‘행복한 삶을 위해서’가 1위를 차지했다. ‘취업이 어려워서’는 5.5%에 그쳤다. 부모의 경제력이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는 청년보다는 높거나 낮다고 여기는 그룹에서 해외 이주를 생각해 본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 환경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연구원)은 ‘2017 청년 사회·경제실태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전국 만 15~39세 청년 2714명을 대면 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해외 이주를 고려해 본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6.0%(943명)가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를 하나만 고르라고 했더니 이들 중 34.4%가 ‘행복한 삶을 위해서’를 택했다. ‘새로운 사회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18.7%),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서’(13.4%), ‘자기계발을 위해서’(11.2%) 등은 그 뒤였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은 이유로 ‘취업이 어려워서’를 꼽은 사람은 5.5%에 그쳤다.
해외 이주 의사는 부모 소득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력을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해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 매기게 하고 ‘하층’(3점 이하), ‘중간층’(4~7점), ‘상층’(8점 이상)으로 나눠 살펴봤더니,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사람 비율은 하층(49.4%)이 제일 높고 그 다음이 상층(44.2%), 중간층(32.7%) 순이었다. 외국에서 살고 싶은 이유도 달랐다. 세 그룹에서 모두 1위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가 차지한 가운데, 2위를 살펴보니 ‘하층’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들어서’(16.5%)를 가장 많이 고른 반면, ‘중간층’과 ‘상층’은 ‘새로운 사회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를 각각 19.5%, 24.5%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해외 이주를 고려해 본 청년들은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조건으로 ‘재산·경제력’(30.1%)을 가장 많이 꼽았다. ‘화목한 가정’(25.3%), ‘건강’(11.5%)은 다음이었다. ‘직업·직장’은 5.0%에 그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을 지금 충분히 갖추었는지’ 묻자 부정적 응답이 22.3%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니, 행복의 요건을 못 갖췄다는 응답은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이 주를 이루는 20대가 29.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같은 응답이 30대는 16.2%였고, 10대(만15세~18세)는 15.3%였다.
연구원 “적지 않은 청년들이 해외 이주를 고려하는 이유로 ‘행복한 삶’을 꼽은 이번 조사 결과는 청년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정부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정책에 국한돼 이뤄지고 있는데, 일자리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삶 전반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 ‘중간층’은 상대적으로 해외 이주에 대한 욕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 불평등을 완화해 중산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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