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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시안] 학생부에 부모 정보·수상경력 삭제…‘학종’ 신뢰도 높일까

교육부는 11일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이송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학종은 입시지도 교사, 교육전문가 그룹과 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대입전형이다. 교사들은 학종이야말로 공정한 전형이라 말하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히는 활동들이 사교육이나 부모의 경제·문화적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교육부와 발걸음을 같이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2월 “좋은 제도가 치열한 경쟁 속에 왜곡되고 있다”며 ‘학종 대수술’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학종 확대를 기조로 삼아왔던 교육부가 최근 주춤하는 태도를 보이며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이번 시안을 통해 의견수렴을 요청한 것은, 이런 반발을 의식하고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교내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소논문 등 스펙쌓기 경쟁에 학부모와 사교육이 개입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로 (교사의) 긍정적 기록이 쏠리는 현상” “교사 간, 학교 간 학생부 기재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을 줄일 필요” 등의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펙쌓기 경쟁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는 먼저 학생부 항목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수저 전형’ 논란을 부르는 인적사항·학적사항 항목은 통합하되 학부모 정보는 없앤다. 수상경력과 방과후학교 활동, 자율동아리 활동도 적지 않는다. 학교 밖 활동도 뺀다. ‘소논문’ 활동은 정규 교과수업의 일환으로 이뤄졌을 때에만 적는다. 시안대로라면 기재 항목 수는 초등학교는 8개에서 5개로, 중학교는 10개에서 7개로, 고등학교는 10개에서 7개로 줄어든다. 

전형 방식이 복잡하다보니 학부모의 ‘정보력’에 따라 격차가 생긴다는 비판도 많았다. 교육부는 대학별 학종 평가기준과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국가교육회의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별 평가기준과 결과를 공개하면 투명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액 입시 컨설팅이 오히려 늘고 고교 서열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 것과 별개로, 교육부는 자체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한다. 학생부 기재 항목에 사교육 영향이 줄도록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재편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시민 참여를 통해 결정한다. 

지난달 교육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1호 안건’으로 선정한 바 있다. 중3~고2 학생들과 학부모·교원, 대학 관계자,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을 고르게 뽑아 100명의 시민정책참여단을 구성하며, 이들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만들게 된다. 교육부는 시민정책참여단 권고를 “존중”해 최종 개선안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을 거쳐 2019년부터 전국 초·중·고 1학년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구체적 개선 방안은 ‘정책숙려’로 결정되지만 교육부가 실시한 사전조사와 시안을 보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교육부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항목 1위는 ‘수상경력’이었고 2위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었다. 학생·학부모·교원·입학사정관 모두 순위가 일치했다. 불필요한 항목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에게선 ‘수상경력’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고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자율활동’을 가장 많이 꼽았다. 


“수능 절대평가 땐 변별력 떨어져 ‘대학별 고사’ 부각될 것”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ㆍ전문가가 본 대입 개편안

<b>무거운 발걸음</b> 11일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진행된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복도를 걸어 교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무거운 발걸음 11일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진행된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복도를 걸어 교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1일 국가교육회의에 보낸 대입 개편안은 여러 방식들을 결합해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게 한 수준이어서,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를 현재의 중3 학생들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8월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 제시된 모델들을 통해 향후 전략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절대평가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결국 수능은 ‘자격고사’ 성격으로 바뀌게 된다. 대학들은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볼 것이기에 대학별 고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 김병진 소장은 “각 대학들이 수능을 보완해 변별력을 높일 장치를 마련하려 할 것이고, 대학별 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교육부 시안에서는 수능 전 과목을 등급제 절대평가로 할 경우 동점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원점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절대평가안, 일부 상대평가안에 ‘수능 원점수 공개’까지 시나리오가 더 복잡해졌다”면서 “원점수가 주어진다면 수능 변별력이 커지기 때문에 대학들이 복잡한 수시전형보다 정시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목별로 25문항씩 ‘동일 배점’을 하면 탐구영역은 선택과목 난이도가 다른 탓에 과목 간 유불리가 커진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동점자가 많은 상위권의 경우 등급보다는 원점수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봤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어떻게 개편되든 대부분의 지방 대학들은 학생부교과전형, 서울 소재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더 많은 인원을 뽑을 것”이라며 “고1 때부터 미리 진로를 선택해 거기에 맞춰 학교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 중에서 논술고사가 폐지되면 면접구술이 중요한 전형요소가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면 고교 3학년 2학기 ‘교실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는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으로 수시 전체의 80% 정도가 선발된다. 임성호 대표는 “2학기 내신까지 반영하면 수업은 정상화되겠지만 한 학기 내신 부담이 더 생기는 것”이라며 “수시·정시가 통합되고 전형기간이 단축되면 서울 일부 대학의 경쟁률은 더 올라가고 다른 대학들은 경쟁률이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만기 소장도 “모든 대입전형을 수능이 끝난 후 시작하기 때문에 학사 일정의 파행이나 9월 수시지원 부담은 줄겠지만 대학별 고사 일정이 겹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대학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 ‘기간’에만 초점을 맞추고 전형의 다양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진 소장은 “수시전형은 획일화와 절대적 기준에 의한 줄세우기를 벗어나 인재 선발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자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