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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시안] '5지 선택' 던지고, 국민 토론으로 넘긴 교육부

교육부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개편하기 위한 시안을 내놨다. 핵심은 입시제도의 큰 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국민 토론’에 부쳐보자는 것이다. 수시·정시 비율과 선발시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의 세 가지 쟁점을 추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보내고,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을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유예하고 전반적인 큰 틀과 함께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시안이다.

하지만 대입 개편의 방향을 교육부가 정하는 대신 지금까지 나온 논의를 종합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맡겼다.

우선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 전형의 ‘적정 비율’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교육부가 몇몇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학종과 수능 전형 비율이 8 대 2까지 떨어지자 교육부가 이를 7 대 3 정도로 조절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교육부는 그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다. 또 수시와 정시 선발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결정을 요구했다.

수능 평가방법은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9등급 절대평가제, 2안은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일부 과목에 등급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이다. 지난해 ‘전면 절대평가’와 ‘일부 상대평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끝에 결정을 미뤘는데, 여기에 ‘국어·수학·탐구과목 원점수 제공, 일부 과목 등급제’라는 3안을 더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 방안들을 놓고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 권고안을 내놓는다. 입시제도를 공론에 부치는 유례없는 실험이 성공할지는 공론화 과정이 얼마나 내실 있게 진행되는가에 달린 셈이다. 교육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입시제도 개편 최종안을 확정해 오는 8월 발표할 계획이다.


대입제도 ‘5지 선택형’ 던지고, 국민 토론으로 넘긴 교육부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올해 두 번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1일 경기 수원 효원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두 번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1일 경기 수원 효원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1일 공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은 선발시기를 개편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가방법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핵심 사안인 수능 평가방법에선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전 과목 9등급 절대평가 전환’이다.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원점수를 제공해 동점자를 처리하도록 한다. 두 번째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제2외국어나 한문에 등급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마지막 안은 국어, 수학, 탐구 과목에 원점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과목별로 25문항씩 출제하고 문항별 점수는 4점 또는 2점으로 똑같이 매긴다. 교육부는 수시·정시 통합 여부와 수능 개편 3가지 안을 조합한 5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대입을 단순화하기 위해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를 통합, 수능을 약 2주 앞당기고 전형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담았다. 2018학년도 1인당 평균 대입 지원 횟수가 수시 4.6회, 정시 2.8회인 점을 고려해 총 6회 내외의 지원 기회를 준다.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해야 할 큰 틀은 수시·정시 선발 비율,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식의 3가지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 수능 과목들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 ‘추가 논의사항’을 덧붙였다. 사회·과학의 여러 과목들을 합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만들고 수학 ‘가형’과 ‘나형’을 통합해 수능 과목들을 개편하는 방안 등이다.

최근 교육부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도록 대학들에 권고했는데, 이렇게 유도할지 아니면 대학들이 자유롭게 결정하게 할지를 국가교육회의가 논의하라고 했다.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를 금지할지, 수능과 EBS 간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줄일지도 검토하도록 했다. 입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셈이다.

대입제도 ‘5지 선택형’ 던지고, 국민 토론으로 넘긴 교육부

교육부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여론이 극명하게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학종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으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부담만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여론 눈치를 보느라 교육부가 대학들에 정시를 현행보다 늘려달라 했다가 물의를 빚은 터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책임을 회피한 채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고교, 교육청, 대학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자문위원회를 꾸려 대입 개편 논의를 이어왔고 대입정책포럼도 여러 번 열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시안에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여러 안을 제시한 데다 수시·정시 통합 문제까지 추가돼 지난해보다 더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시안에 중장기 대입정책 방향도 공개했다. 논·서술형이 포함된 ‘미래형 수능’과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에 기반을 둔 학생부전형이 큰 축이다. 학생들의 교과목별 성취수준을 A~E등급으로 절대평가하고, 일정 기준을 넘기면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전교조는 “고교학점제에 기반한 중장기 방안은 한국의 입시현실을 무시한 낭만적인 발상의 산물”이라는 논평을 냈다.


‘백년대계’ 여론에 맡겨…‘소통·전문성’ 두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ㆍ국가교육회의, 공론화·결정권 부여 ‘새로운 논란’

‘백년대계’인 교육 이슈, 여론에 맡겨…‘소통·전문성’ 두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시민이 숙의와 공론을 거쳐 대학입시제도를 바꾸는 여정이 시작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고자 한다”면서 여러 쟁점들에 대해 “국가교육회의가 국민 여러분의 뜻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가 폭넓은 공론화로 핵심사안을 결정해 오면 교육부는 존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입시제도의 새 틀을 시민의 공론을 통해 사실상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12월 교육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고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위원장인 신인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민관 위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8월 수능개편안 확정을 연기하면서 김 부총리는 “모든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자율과 참여를 가장 중시하겠다”고 했고, 원전 건설 재개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했을 때처럼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교육부의 시안을 건네받은 국가교육회의는 오는 16일 3차 회의를 열어 공론화 절차를 밝힌다. 내부에 공론화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시민과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정해진 권고안을 교육부로 넘긴다. 교육부는 8월까지 이 방안을 검토해 개편안을 확정한다. 

공론화추진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토론이 진행될지는 3차 회의가 지나야 알 수 있다. 지난달 2차 회의에서 국가교육회의는 “4월 중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육과정 및 학생 성장·발달에 부합하고,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 개편안이 차질없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학종과 수능전형의 적정비율 등) 교육부가 제시한 쟁점들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고 공론화 방안을 짜야 할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 적절한가, 장기적 안목으로 정해져야 할 교육 사안을 ‘여론’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 공론화 과정이 내실있게 진행돼 ‘소통’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경우 지역·성·연령별 특성과 찬성·반대·유보 입장이 골고루 배분되게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찬반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종합토론 등을 거쳐 ‘건설을 재개하되 원전을 줄여나간다’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쟁점이 단순하고 찬반이 명확했던 이때와 달리 입시개혁안은 다양한 선택지가 나올 수 있어 공론화 과정도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공론조사 전문가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공론조사는 안건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면서 “전문가들이 각각의 핵심안건과 찬반 논변을 만들고 시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안이 명확히 나오지 않으면 공론조사는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완결된 시안을 만들어서 국가교육회의에 넘겨야 하는데 교육부는 쟁점만 나열해서 보냈다”면서 “수능 절대평가, 수시 비중 같은 세부정책이 하나의 흐름 속에 놓여야 하는데도 이송안에는 각각 나열해놓고 정해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