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부당노동행위 막아야 할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서 불기소 의견
노동조합 창립총회가 예정된 날 출장을 지시하는 등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삼성SDI 임직원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문건을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해 뿌리 뽑으려는 당국의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삼성일반노조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청 천안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삼성SDI 노조 설립 시도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고소당한 삼성SDI 임직원 5명과 사측에 대해 최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반노조가 천안지청에 낸 카카오톡·문자메시지 기록 등을 보면, 삼성SDI 천안공장과 울산공장 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말 노조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창립총회 날짜도 9월11일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무렵 관리자들이 노조 간부 출마자들에게 갑자기 면담을 요구하거나 출장을 가라고 했다는 게 일반노조의 주장이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창립총회를 앞두고 인사부장이 삼성SDI 노조위원장에 출마하기로 한 ㄱ씨에게 전화해 “요즘 중대한 일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부위원장에 나서기로 한 ㄴ씨가 김성환 일반노조 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인사부장은 ㄱ씨에게 몇 차례 전화를 하거나 일하는 장소, 통근버스를 타는 곳까지 찾아와 만나달라고 했다. ㄴ씨도 담당 관리자로부터 말레이시아 출장을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무국장 후보자 ㄷ씨는 창립총회 전날부터 2주 동안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며칠 뒤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이들은 일반노조와 연락을 끊었고, 노조 설립은 무산됐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에서는 노조 설립이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간부들을 면담해 압박하거나 없던 행사를 만든 정황이 종종 나왔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경우 2015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상경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야유회, 단체 영화관람, 고객만족결의대회 등의 행사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당노동행위를 막아야 할 천안지청은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 2월 사건을 검찰에 보냈다. 천안지청은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고소인인 김 위원장과 ㄱ씨의 말이 달라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간부 출마 예정자들이 실제로 출장을 간 시기도 창립총회 예정일 이후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노조는 ㄱ씨 등이 회사의 압박을 못 견뎌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은 “ㄱ씨가 회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수사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 등 삼성이 계열사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정황은 수차례 나왔지만, 노조 와해에 가담한 삼성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무혐의 처리되거나 약식기소됐다.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 권한을 갖고 있는데도 삼성 계열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적극 수사하려 한 의지를 찾기 어려웠다”며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계열사 인사노무관리 부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지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6일에는 이 회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등 노조 간부 2명을 불러 피해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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