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민주당 주도 발의하고 한국당이 외치는 까닭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입력 : 2018.04.13 21:10:00 수정 : 2018.04.13 21:37:03

2016년 발의된 후 1년9개월째 진전이 없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을 추천하게 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방송법 개정을 무산시키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방송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달 안에 처리하는 것을 임시국회 조건으로 내세우면서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정안은 2016년 7월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것이다.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는 현재의 공영방송 이사회 사장 선출 방식을 ‘특별다수제’로 바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게 한 것이 핵심이다.

이사회 구성은 현재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6명의 13명으로 늘렸다. 현행 방송법에선 KBS 이사회 이사는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민주당 개정안대로면 야당의 동의 없이는 사장을 뽑기 힘들다.

문제는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 여당이던 시절 방송법 개정에 줄곧 반대하던 한국당은 대선에서 패한 뒤 ‘찬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게다가 개정안 부칙에는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새로 꾸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고 비판받은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을 겨냥해 집어넣은 부칙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권교체 이후에 선임된 KBS, MBC, EBS 사장 등 경영진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

한국당이 이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밀어붙이자 민주당은 여야 간 이견이 더 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같이 처리하자고 대응했다.

또 민주당은 지난 10일 공영방송 인사에서 정치권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안을 새로 제안했다. 국민추천위원회를 꾸려 시민들이 사장을 추천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포퓰리즘적 인기투표에 그칠 수 있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시도”라며 거부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맞섰다. 4월 국회는 첫 본회의도 열지 못한 채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