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둔 2012년 10월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가 사실상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재원과 인터뷰 응답자들의 신원은 불분명한 반면에 표절이 아니라고 말한 교수들의 인터뷰는 아예 보도 내용에서 배제됐다”고 18일 밝혔다. 정상화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MBC의 편파, 왜곡보도를 조사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기구다. 지난 1월 노사합의로 설치됐다.
MBC는 2012년 10월 1일 ‘뉴스데스크’ 등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안 후보의 1991년 서울대 의학박사 논문이 같은 학과 서모 교수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서 교수 논문 중 ‘볼츠만 곡선’ 유도식을 거의 베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공식이라며 “표절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반론을 보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결국 서울대가 예비조사를 해 ‘표절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공정성·객관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MBC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정상화위에 따르면 당시 MBC 정치부 기자들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대학 교수 4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중 소속 대학과 이름을 밝힌 교수 2명은 표절이 아니라고 했고, 소속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교수 2명은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보도에는 표절을 주장한 두 교수만 음성이 변조된 상태로 등장했다. 이들의 인터뷰 자료는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는 취재원도 ‘정체불명’이다. 담당 기자는 2012년 9월 말 국회 복도에서 우연히 지인 소개로 취재원을 만나 표절 의혹이 정리된 문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취재원의 이름과 소속은 기억하지 못하며, 소개해준 지인은 그후 사망했다고 정상화위는 전했다. 또 이 기자는 당시 정치부장이었던 김장겸 전 사장에게 지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위는 “저널리즘의 ABC를 지키지 않은 점으로 보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라고 사측에 요청했다. 김장겸 전 사장에 대해 수사의뢰 등 추가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 최단비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후보를 상대로 한 또 하나의 여론조작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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