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명이 쓰는 ‘지구 플랫폼’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11일 창립 후 처음으로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섰을 때 그가 미리 준비해 온 답변서가 AP통신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10일 의회 옆 잔디밭에 한 활동가 그룹이 저커버그의 모습을 한 등신대 100개를 설치해 놓았다. 저커버그의 티셔츠에는 ‘페이크북을 고쳐라’라는 문구가 써 있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에 대비한 답변이었다. “미국의 중요 자산인 기술 기업을 해체하면 중국 기업을 강화시킨다.” 미국 의원들의 중국 견제심리를 공략한 ‘청문회용’ 답변으로 보이지만 좀 실망스럽다. 그는 실제 답변에서도 중국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더 열리고 더 연결된 세상”에서 나아가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만들 힘을 주고 세계를 더 가깝게 만들겠다”는 페이스북의 ‘지구적 선의’와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다.
페이스북의 그럴듯한 브랜딩이 잘 먹힌 것이든, 20억 사용자들의 바람이 그러했든 페이스북이 범용의 공익적 공간이라는 ‘환상’은 이제 깨졌다.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민간 데이터 분석업체에 무단 공유된 사태는 ‘공짜 콘텐츠’ ‘공짜 플랫폼’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광고주와 공유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가 노출된다. 페이스북을 공짜로 이용하는 대가다. 모두 알고 있던 불편한 진실이다. 페이스북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가져가는 개인정보를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만약 모든 사용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한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존속하기 어렵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6일 NBC 프로그램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이 광고주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는 것은 유료 모델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의 아버지’로 불리는 컴퓨터 공학자 재런 래니어는 지난 10일 테드 강연에서 결국 구글, 페이스북도 넷플릭스처럼 사용자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사람들은 선의였다고 본다. 이 문제(정보 유출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비극적이고 우스운 실수”라고 했다.
“우리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인터넷이 보급된 1990년대에 이뤄진 결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시에는 인터넷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가를 청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 다른 대안을 무시했다.” 그는 마치 책이 중요하지만 공짜로 만들기보다 도서관을 만든 것처럼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화하되 정보접근권을 위해 저소득층에게는 검색 또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자고 한다.
당장 페이스북이 유료화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저커버그는 “광고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는 우리의 목표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수십억명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에 이어 전 세계 사람들이 두번째로 많이 찾는 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2015년 10월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뮤직키를 영상까지 확대한 유료 구독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내놨다. 미국, 호주, 멕시코, 뉴질랜드, 한국에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2016년 12월 시작돼 월 7900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그러나 아직은 미미하다. 유튜브는 지금까지 유료 구독자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IT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출범 후 1년 동안 150만명 정도가 유튜브 레드를 선택했다. 세계 최대 유료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1억1000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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