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 주 진행자 가운데 여성은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출연자들이 성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자칫 성폭력이 될 수도 있는 행동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사례도 있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TV에서 방영된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19일 내놓았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총 9곳 방송사가 3월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동안 방영한 예능·오락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상위 33편을 분석한 결과다.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와 진행자 성별을 따져 보니 전반적으로 남성이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연자는 남성이 64.6%(256명), 여성이 35.4%(140명)였다. 주 진행자만 따져보면 남성이 83.8%(57명), 여성이 16.2%(11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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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원은 이들 프로그램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발언 56건 나왔다고 밝혔다. 종편 한 프로그램에서 기혼 여성들의 ‘브런치’ 모임을 주제로 삼자 한 남성 출연자는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떤 부동산, 교육 정책을 내놓아도 성공할 수 없다.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한다”며 “여사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평원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여성이 정부 정책 실행을 방해하고, 옳지 않은 모의나 단합을 일삼는 존재라는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을 웃음 소재로 삼거나, 여성의 몸매를 폄하해 웃음을 유발하려 한 사례도 나왔다. 지상파 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방청객을 무대로 불러 올리는 참여형 개그 코너에서 ‘멜로 드라마 여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을 불러 올린 후 네 명의 남성 출연자가 돌아가며 이 방청객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내 여자야” “널 가질 수 없으니까” 등 대사를 했다. 양평원은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는 행동을 희화화·정당화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케이블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방이 그렇게 많다~ 지방이 이렇게 많은데”라며 “닭고기 방, 여기는 소고기 방, 여기는 돼지고기 방, 얼굴은 오서방이네”라고 조롱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양평원은 “여성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고 폄하하는 등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자정 노력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데도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과 성폭력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돼 합리화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와 제작진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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