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월 10만원)의 월 소득기준은 얼마일까. 소득은 적어도 재산이 많으면 못 받게 될까. 부채가 있으면 어떻게 계산을 해야할까.
보건복지부는 17일 아동수당 선정기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율 등이 담긴 ‘아동수당법 시행규칙’, ‘아동수당 지급 대상의 선정기준액 등에 관한 고시’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소득과 재산내역을 알고 있으면 정부의 시행규칙 등을 적용해 대략적으로 아동수당 지급 대상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정부는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제정된 아동수당법은 소득과 재산이 2인 이상 전체 가구 중 하위 90% 가구에만 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모든 가구에 0~5세 아동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아동가구’ 중 제외되는 가구는 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여전히 ‘아동수당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100%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소득인정액, 어떻게 산정하나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더한 ‘소득인정액’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1170만원이다. 또 자녀가 2명 이상이면 소득을 산정할 때 둘째 자녀부터 연령과 상관없이 자녀 1인당 월 65만원을 공제한다. 맞벌이 부부는 임대 소득을 제외한 근로·사업 소득 합산 금액의 최대 25%를 공제하되, 공제액 상한은 부부 중 낮은 금액 이하로 제한한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 재산 소득환산율과 같은 연 12.48%를 적용한다. 해당 가구의 총자산에서 지역별 기본재산액을 공제한 뒤 환산한다.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라도 소득과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아 아동수당을 받으면 선정기준액을 초과하는 일부 가구는 아동 1인당 월 5만원으로 감액해 지급한다. 이런 가구는 수급가구의 약 0.06%로 추산된다
■ 실제로 계산해보면
예를 들어 남편(월 소득 800만 원)과 아내(전업 주부)가 자녀 1명(2세)을 양육하면서, 광역시 소재 자가 주택(시가표준액 3억 원, 주택담보대출 1억원)에 거주하고 예금(5000만 원)과 자동차(4000만 원)가 있는 경우 소득인정액은 961만2000원으로 3인가구 선정기준액(1170만원)보다 낮아 아동수당 수급 대상이 된다.
소득인정액으로 961만2000원이 산정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남편의 소득 800만원이 있다. 여기에 재산을 소득으로 산정해 반영해야 한다. 주택은 시가표준액이 3억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억원 껴 있어 2억원으로 잡는다. 예금과 자동차를 더하면 재산은 총 2억9000만원이다. 특별시나 광역시에 사는 경우 재산액에서 1억3500만원을 공제해준다. 지역간 주거비용 차 등을 반영해 중소도시는 8500만원, 농어촌은 7250만원으로 공제액이 다르다.
이렇게 산정된 이 가정의 재산은 1억5500만원이다.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바탕으로 재산의 소득환산율을 연 12.48%로 잡았다. 1억5500만원의 소득환산액은 연 1934만4000원, 월 161만2000원이니 이 가구의 월 소득인정액은 961만2000원으로 결정된다.
맞벌이 부부의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남편(월 소득 200만 원)과 아내(월 소득 600만 원)가 자녀 2명(4세, 1세)을 양육하면서, 군(郡) 소재 자가 주택(시가표준액 2억 원)에 거주하며 예금(1억 원)이 있는 가정을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을 더하면 800만원인데 이중 25%인 200만원은 ‘맞벌이 공제’로 뺀다. 또 둘째부터는 다자녀 공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65만원을 더 뺀다. 이렇게 나온 부부의 월 산정소득은 535만원이다. 아직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았다. 집과 예금을 더한 재산 3억원에서 농어촌 재산기본공제 7250만원을 빼니 2억2750만원이 남는다. 여기에 소득환산율 12.48%를 적용한 뒤 다시 12개월로 나누면 236만6000원이니 이 가구의 월 소득인정액은 535만원과 236만6000원을 합친 771만6000원이다.
■ 이렇게 복잡한 과정, 왜 필요한가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신청을 받은 뒤 이같은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쳐 9월부터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가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대로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100%)에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면 이런 절차가 필요없겠지만 야당 반대로 국회 입법과정에서 지급대상이 ‘소득수준 90% 이하’로 축소되면서 복잡한 계산식이 만들어졌다.
국회는 아동수당 ‘보편지급’을 ‘선별지급’으로 바꾼 덕분에 1년 기준 약 1800억원이 절약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월 행정비용에 자녀세액공제 유지비용, 국민불편비용 등을 총 합산하면 연간 700억~1000억원 정도가 ‘선별비용’으로 들어간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가 기준으로 잡은 ‘소득수준 90% 이하’에는 모든 ‘2인 이상 가구’가 들어간다. 2인 이상 전체 가구에 비해 아동수당 대상인 ‘0~5세 아동가구’의 소득·재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실제로는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 중 95.3%가 지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수준이 도시지역보다 낮은 군단위 지역에서는 99% 이상의 ‘0~5세 아동가구’가 아동수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0가구 중 1가구를 골라내기 위해서 서류제출과 금융조회 등의 복잡한 절차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100% 지급률을 보이는 군단위 지역도 많을 것”이라며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서울의 강남3구와 광역시 일부 지역에 몰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소득과 재산 조사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관련 조사를 최대한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나 아동양육시설 등 보호 아동, 가정위탁 아동, 입양대기 아동, 한부모가족지원 수급가구, 초·중·고 교육비지원 수급가구, 영구·국민임대주택지원 수급가구, 차상위지원 수급가구 등 이미 다른 복지급여를 받는 아동(가구)은 추가 조사 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또 관계기관 시스템으로 통보된 공적 자료만으로 산정한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의 70% 이하(3인 가구 819만원, 4인 가구 1005만원)이면 선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해 추가 조사 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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