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이 없어진다.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바꾸는 학교들에게는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해 전환을 유도한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이후 특목고와 자사고, 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교육부는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앞서 학생들을 선발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올해 말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는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뽑도록 하는 내용의 고교체제 개선방안을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선발시기를 일반고와 같도록 맞추면 이들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외고나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후기모집에서 원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외고나 자사고에서 탈락할 경우 원하지 않는 일반고로 가게 될 수 있다. 다만 과학고와 영재고는 ‘전기 선발’을 계속할 수 있다.
새 정책이 시행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사고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17학년도 서울 소재 자사고 중 5곳은 지원자가 입학정원보다 적었고, 지방 자사고들 중에서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많다. 현재 전국 외고는 31곳, 국제고는 7곳, 자사고는 46곳이다.
고입을 위한 사교육과 각종 컨설팅이 확대됐다는 것도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중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7년 23만4000원에서 2016년 27만5000원으로 늘었다. 2015년 조사에서 광역 단위 자사고로 진학하길 바라는 중학생들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91.4%였다. 일반고에 가겠다는 학생들의 사교육 비율보다 25%포인트 가량 높았다.
신입생이 줄어들면 자사고 중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학교가 더 나올 수도 있다. 울산 성신고는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내년도 신입생 미달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내 이날 교육부에서 통과됐다. 광주 송원고, 대구 경신고도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 중이다. 교육부는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에 행정적·재정적인 지원을 해 단계적으로 전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고교체제 개편의 첫 단계다. 지난달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가교육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해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국가교육회의의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을 바꿔 외고와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방안, 5년마다 돌아오는 이들 학교의 재지정평가 시기에 맞춰 차례로 일반고로 바꾸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교육부는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맞춤형 교육으로 바꾸기 위해 고교체제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늘리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를 추진하려 한다. 고교체제가 달라지면 그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8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나가며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금의 경직된 학교교육을 학생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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