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 치매노인이나 발달장애인, 어린아이가 있다면 항상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실종’이다. 스스로 상황 판단을 하기 어려운 치매노인이나 장애인, 아이들은 길을 잃는 경우가 많고, 빠른 시일 안에 찾지 못하면 ‘장기 실종’이 되기 쉽다.
지난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1만308명이었다. 1시간에 1명 꼴로 실종되는 것이다. 90% 이상은 이틀안에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만 혹한기 등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지난 1월에도 폭설에 실종된 70대 치매노인이 언니 무덤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들과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은 1만9956명, 이 중 45명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0년 이상 실종된 아동도 382명에 이른다. 지난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장애인도 8525명이다.
실종은 예방이 최선이다. 만에 하나 발생했을 때는 빠른 대처가 차선이다. 대처가 늦어질 수록 실종자가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진다. 실종아동 가족을 지원하는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올해부터 ‘찾아가는 실종예방교육’을 위해 민간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아동이나 장애인 관련기관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교육한 뒤 이들을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강사로 파견할 계획이다. 지난 20일과 23일에 1~2차 교육이 진행됐고 27일 3차 교육이 실시된다.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5시간 동안 열린 2회 교육을 참가자들과 함께 받았다.
‘실종치매노인 예방’을 주제로 강의한 조현성 중앙치매센터 전략사업부장은 “실종된 치매환자는 하루 안에 발견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아이의 경우 울기라도 하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치매노인은 멀쩡해보이기 때문에 그것조자 어렵다”며 “혼자 돌아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치매노인이 사라지면 먼저 112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집 근처에서 없어졌다면 버스정류장이나 자주 가던 곳, 그렇지 않다면 과거 실종경험이 있거나 오래 살았던 곳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조 부장은 “치매환자의 기억은 최근 것부터 사라지기 때문에 과거에 오래 머문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넘게 찾지 못했다면 중앙치매센터에 전단지와 스티커, 현수막 제작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등록된 ‘무연고 노인’과 자녀의 유전정보를 대조해볼 수 있도록 경찰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종아동 예방 교육에 나선 이관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문등록’을 반드시 하라고 당부했다. 2012년 7월 시작된 ‘지문사전등록제’는 18세 미만 아동, 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에 대비해 이들의 지문과 사진을 경찰청 실종자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이다. 실종아동은 발견까지 평균 94시간 정도 걸리지만, 지문을 미리 등록해놓은 아이들은 46분만에 발견된다는 경찰 통계도 있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강조했다.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 멈추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자주 얘기해두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종아동기관 관계자는 “경찰에 바로 내줄 수 있도록 아이의 앞모습 사진을 6개월 단위로 찍어 두고 (부모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도 유사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충북 청주의 유치원 원장 김현주씨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대처법을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서 온 이순옥씨는 “초등학교 2학년 손녀가 있어 실종아동 문제를 알아보고 싶었다”며 “교육을 받은 뒤 강사로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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