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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공개 않는 삼성, “사측, 자료도 제대로 안 주는데…결과 어찌 믿나”

ㆍ시민단체·피해자들 실망감

삼성 옴부즈만위원회가 작업환경과 직업병의 연관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25일 밝히자 삼성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옴부즈만위원회 활동의 객관성에 대해서는 신뢰를 표하면서도, 삼성 측이 애당초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내주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의 송창호 대표는 “질병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좀 더 세세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고 실망감을 표하면서 “‘작업환경 측정 결과보고서’를 법원이 공개하라 했는데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회사가 마음먹고 자료제공을 거부하면 아무것도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 대표는 “발표 내용을 보니 삼성 측의 협력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동안 발생한 질병에 대해 오히려 삼성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든다”고 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를 맡고 있는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도 “삼성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 정보 등을 감추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옴부즈만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내놔도 피해자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당초 삼성 측에 10년치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했지만 3년치만 받아볼 수 있었고, 공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 가운데서도 일부만 분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는 위원회가 삼성전자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리스트를 적극 공개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봤다. 그는 “위원회의 발표는 ‘최종’이 아닌 중간보고서 형태이고 이후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피드백을 받겠다고 했으니 면죄부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위원회가 중요한 권고를 한 것이고, 이를 삼성전자가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하이닉스의 경우 산업보건검증위원회라는 독립적 검증기구가 권고한 127가지 사항을 모두 수용했다”면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화학물질 노출 수준 측정결과와 실제 노출 가능성 등을 계속 연구하려면 회사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 있으려면 삼성전자 전·현직 노동자들을 파악해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면서, 당국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