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 등 중대 산업재해를 막으려면 관행으로 이어져 온 ‘다단계 재하도급’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가 구성한 위원회에서도 나왔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조사보고서 최종 채택에 앞서 위원회 활동 결과를 알리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24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조선업계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산업재해가 여러 번 발생하자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발족한 기구다. 공청회에서는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피해 사고에 대한 원인분석, 법과 제도 및 원·하청 고용시스템 개선방안 등이 발표됐다.
조사위원회는 현장조사와 설문조사, 자료분석 등을 통해 그 동안 기업간 관계나 노동문제 정도로 인식됐던 원·하청 시스템을 산업재해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청과 재하청을 거듭하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작업장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은 노동계에서 계속 제기돼왔던 지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크레인 충돌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크레인을 운전하는 노동자와 수신호를 주는 노동자의 신분과 회사가 각각 모두 달라 사인이 맞지 않았고, 현장 안전관리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다는 점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조사위원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천영우 인하대 교수는 작업장 내 안전을 위협하는 무리한 공정진행, 하도급 및 하청고용의 확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종에서 산업재해 예방과 감소를 위해서는 다단계 재하도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차 재하도급이 늘면서 생산과 안전관리의 주체가 달라지고 그 결과 안전 문제를 원청과 하청이 타협하고 묵인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1차 협력업체가 실질적 사업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원청에서 적정 공정기간과 생산비용을 보장해 1차 협력업체가 스스로 작업 중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태선 아주대 교수도 “조선산업의 외주화가 전문성과 효율성을 활용하겠다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비용절감 목적으로만 활용되며 산업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며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 안전친화적 도급계약 체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위원회 활동 결과가 실제로 조선업계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개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사위는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쯤 최종보고서를 채택·발표한 후 제도 개선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정부에 이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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