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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기후변화로 지리산 구상나무 말라죽고···제주 바닷가엔 열대성 조류가

지리산 반야봉.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 반야봉.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 반야봉 일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말라죽었다. 제주 해안에서는 여태껏 보지 못한 열대·아열대성 돌말류가 발견됐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들을 분석해보니 50여년에 걸쳐 쌓인 ‘생육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10일 밝혔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는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등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이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만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생육 스트레스는 수목생장이 전년보다 40% 이상 줄어드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연구진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구상나무 94그루의 나이테를 분석했더니 이미 1960년부터 생육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89.4%인 84그루가 2000년 이후 말라죽었는데 이중 11그루가 2012년, 28그루가 2013년 이후 고사했다. 2000년 이후 고사한 구상나무들의 평균 수명은 69년이며 118년까지 산 나무도 있었다. 70~80년을 산 나무가 44.8%인 41그루로 가장 많았다.

구상나무 고사목의 나이테 추출 장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구상나무 고사목의 나이테 추출 장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연구진은 2월 기온이 올라간 게 구상나무의 스트레스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봤다. 겨우내 눈이 쌓였다가 봄철에 녹으면서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는데, 2월 기온이 높으면 눈이 적게 내린다.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은 2012년 영하 9.1도에서 2017년에는 영하 5.3도로 연 평균 0.76도씩 놀라갔다. 3월 강우량도 줄었다. 봄비가 오지 않자 흙이 말랐고, 5월 초부터 자라기 시작하는 구상나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일대 3월 강우량은 2012년 137.5mm에서 2017년 22.5mm로 해마다 약 23mm씩 감소했고 토양 속 수분은 6년 새 25.3%에서 8.8%로 줄었다.

현재 반야봉 일대에는 구상나무 1만5000여그루가 있는데 45%인 6700여그루가 말라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봄철 기온이 올라 구상나무가 자라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수분 부족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 오조리 해역 일대에서 돌말류를 채집하는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제주 오조리 해역 일대에서 돌말류를 채집하는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제주 동부해안에서는 국내에서 발견된 기록이 없는 아열대 조류를 만나게 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6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성산읍 오조리 석호 일대에서 총 30종의 열대·아열대성 돌말류를 확인했다. 돌말은 해류를 따라 바다에 떠다니지 않고 바위나 해조류 표면에 붙어 살아가는 미세조류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어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트리세라티움 딕티오툼’, ‘암포라 스타우로하이알리나’, ‘류두제리아 자니쉬’ 등 17종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이고 나머지 13종은 포항 해안 등에서 발견된 적 있다. 사모아, 괌, 갈라파고스, 필리핀, 카리브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것들로 크기가 크고 형태가 뚜렷해 온대종과 구별된다.

트리세라티움 딕티오툼.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트리세라티움 딕티오툼.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오조리 일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미세조류의 생물다양성이 특히 높다. 이 지역에는 총 177종의 미세조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포대 석호의 63종, 태안반도 연안습지의 31종보다 훨씬 많다. 이번에 발견한 돌말류의 서식 밀도는 높지 않지만 연구진은 제주 동부 해안의 온난화를 관찰하는 생물종으로 가치있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생물다양성 변동을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