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재활용 종합대책…대형마트 비닐봉지 금지
2020년까지 모든 음료수 페트병이 무색으로 바뀐다.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고, 커피전문점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부활한다.
정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37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합동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초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 뒤 만들어진 종합대책에는 제품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모든 순환 단계에서 폐기물 양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생산자들은 환경 ‘부담’을 지고, 소비자들도 ‘불편’을 감수하게 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34%에서 7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선 제조·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원천적으로 줄이도록 했다. 색소가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생수와 음료수 페트병은 2020년까지 무색으로 바꾼다. 내용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갈색 페트병을 쓰는 맥주의 경우 분담금을 물리고 다른 용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많이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사용을 금지한다.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업체들에 개선 권고 후, 이행하지 않은 제품은 목록을 공개하기로 했다. 세탁소 비닐, 에어캡 같은 비닐·플라스틱 제품도 재활용 의무 대상에 집어넣는다.
유통단계에서는 과대포장을 규제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대형마트는 상품의 이중포장을 없애고, 제품 입점 전 ‘과대포장 검사’를 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과 함께 늘어난 택배 물품의 포장에는 가이드라인과 법적 기준을 만든다. 스티로폼 보호재를 많이 쓰는 전자제품들에도 과대포장 기준을 신설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들이 실천해야 하는 부분이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커피전문점들과 패스트푸드점 17곳은 이미 환경부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텀블러를 가져오면 가격을 10% 깎아주고, 매장에서 머그잔을 쓰면 리필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대형 커피전문점들과 합의했고 중소업체들로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실내에서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의 보증금 제도를 내년에 다시 도입하고, 컵 재질도 단일화한다.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지를 없애고 종이상자나 재사용 종량제봉투만 쓸 수 있게 한다. 제과점도 종이봉투를 사용하게 하고, 재래시장에선 장바구니를 빌려주게 한다. 비닐봉지를 쓰다가 적발될 경우 부과금을 높이도록 법령을 고친다.
페트병의 비닐 라벨, 유리병의 플라스틱 뚜껑, 오염물이 묻은 비닐 등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분리배출을 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달까지 ‘분리배출 안내서’를 만들고 아파트들에는 현장안내 도우미를 보내기로 했다. 분리배출된 폐기물 중 재활용할 수 없는 ‘이물질’이 2016년 38.8%였는데 2022년까지 10%로 낮출 계획이다.
수거업체들이 ‘돈이 되지 않는’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면서 불거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활용품 값이 떨어질 때 아파트 측과 수거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가격연동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영세업체가 많은 재활용업계 사정을 감안해 2022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재원을 마련한다. 재활용품이 국내에서 소비되도록 공공부문의 녹색제품 구매비율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가가 재활용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이제까지 제기된 문제들이 모두 포함됐다”고 평가하면서 “실제 집행과정이 중요하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생산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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