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여야 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신규채용을 할 경우 노동자 1인당 최대 60만원까지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동자와 기업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지금의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한다. ‘일자리 함께하기’는 기업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채용을 늘릴 경우 새로 뽑은 노동자들의 인건비와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분을 정부가 일정기간 일부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의 적용대상과 지원액을 늘려,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새로 채용하는 노동자 1인당 인건비 지원금을 월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6개월 이상 앞당겨 시행하면 혜택을 더 많이 준다. 신규채용 1인당 지원금이 현행 1인당 월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커지고, 지원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되면 14만~18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기존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500인 이하 제조업체 노동자들에 한해 정부가 사업주를 통해 임금손실 80%를 보전해줬다. 앞으로는 지원 대상을 ‘500인 이하 특례제외업종’으로도 확대한다. ‘특례업종’에는 노동시간 제한이 없어, 장시간 노동이 굳어져 있었다. 지난 3월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사회복지서비스업, 연구개발업, 방송업 등은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이 직종들도 재직자 임금보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300인 미만 기업이 노동시간을 앞당겨 줄이면 임금보전 기간은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지원대상이 한정돼 있고, 신규채용 1명당 기존 노동자 10명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현 지원방식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노동계는 실제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노총은 “이번 보완대책은 기존 제도를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지원 폭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이 기획재정부에 막혀 대폭 줄어든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노총도 “기존 제도에 생색내기 지원을 조금 더 한다 해서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임금보전을 신청하겠느냐”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재계가 요구해온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부터 실태를 조사해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한도에서 유지되기만 한다면 일정 기간 내에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채택한 경우 한 주는 최대 76시간까지 일하고 다음주에 28시간을 일하게 해주는 식이다. 평균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에 맞춰진다. 기업들은 이를 1년 단위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간 평균을 내 주 52시간을 맞출 수만 있으면 연중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될 때도 우려가 많았지만 산업현장에 잘 안착됐다”며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것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건강하고 휴식있는 삶을 보장하고, 한국의 경제체질을 바꿀 뿐 아니라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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