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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포털 뉴스는 정말 이용자 친화적일까···포털이 불러온 뉴스룸의 변화는?

“저널리즘의 위기다.”

이미 십수년전부터 나온 말이지만 요즘 특히 더 많이 듣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포털의 뉴스유통 독점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면서다. 네이버가 “뉴스편집에서 손을 떼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언론계와 정치권은 “아웃링크만이 해법”이라며 전면 아웃링크 도입을 보류한 네이버를 탓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와 독자가 말하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진단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노조는 “신문법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지위를 부여받은 포털 뉴스서비스는 ‘기사의 제공과 매개’라는 역할을 넘어 독자들의 뉴스 이용환경과 저널리즘 변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는 포털의 아웃링크나 기사 전재료와 같은 문제보다 뉴스 콘텐츠의 이용자와 생산자, 독자와 기자 간의 대화를 통해 포털 뉴스서비스의 개선을 위한 문제를 새롭게 설정하려했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주최로 ‘기자와 독자가 말하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김기남 기자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이봉현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과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외래교수,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이 참여했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확장은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이봉현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은 포털 뉴스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생긴 변화에 주목했다. 이 센터장은 “포털의 독점된 뉴스 유통시스템이 확장되면서 언론은 피비(PB) 상품으로 전락했다. 언론사의 브랜드나 뉴스의 질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입점만 하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니 온라인 뉴스 난립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댓글 순위 같이 많은 사람이 볼수록 더 많이 노출되는 배열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기사를 더 많이 선택받게 만든다. 기자가 의미 있고 공을 많이 들인 기사를 써도 ‘좋아요’나 공유, 클릭수가 적으면 의미가 없다. 이 센터장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가 반드시 좋은 뉴스는 아니다. 또 ‘관심사에 기반을 둔 뉴스 추천’이라고 하지만, 한 개인이 보고 싶어하는 뉴스만 제시하는 것은 균형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올바른 저널리즘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웃링크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지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뉴스는 생산한 곳에서 읽는 것이라는 관행을 세우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아웃링크는 언론사 페이지에서 보는 방식이다. 현재 네이버는 포털 안에서 보는 방식인 인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아웃링크를 통해 언론사는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콘텐츠 유료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저질 배너광고, 악성코드와 같이 이용자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포털보다 크다. 이 센터장은 “아웃링크의 단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털에 의존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뉴스서비스 역량을 갖추지 못한 언론사가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포털에게는 ‘뉴스 중립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뉴스 생산과 저널리즘 품질, 공론장을 왜곡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구글 등 외국의 포털처럼 검색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로서 가이드만 제공하면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댓글, 편집 등 ‘뉴스장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 센터장은 “언론은 처음 디지털의 잠재력을 알지 못한 채 뉴스 콘텐츠를 헐값에 넘겨 독점적 유통사업자를 키운 판단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언론사들이 협동해서 뉴스 포털을 새로 만드는 방안, 정부가‘디지털콘텐츠유통원’ 같은 언론사 공통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포털 뉴스는 정말 이용자 친화적인가

포털은 종종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포털 뉴스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포털은 눈에 잘 띄는 메인 화면 한가운데에 뉴스를 배치해 뉴스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고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로딩시간이 오래 걸리는 언론사 홈페이지와 달리 깔끔하고 빠르다. 여러 매체의 다양한 시각을 고루 볼 수 있는데다 개인 취향을 반영한 뉴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포털이 이용자와 언론사 간의 관계를 단절시켰다고 봤다. 언론사의 생산품인 뉴스와 이용자를 더 가까이 연결시켰지만 정작 생산자인 언론사와 이용자 사이는 멀리 떨어뜨려놓았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이 말하는 ‘이용자’는 자본주의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이면서 민주주의 정치체계 속에서 활동하는 ‘시민’이다.

박 연구원은 “포털이 있기 때문에 두 주체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본래 연결되어 있던 두 주체가 분리되는 것이다. 뉴스 이용자들은 이제 뉴스의 원산지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고 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을 보면 포털사이트 뉴스를 이용할 때 뉴스 브랜드를 ‘항상/거의 항상 인지한다”고 답한 국내 이용자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포털 환경에서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이 언론사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박 연구원은 “이용자들이‘원하는 것’만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제되며,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를 구축하는 포털 뉴스 환경은 저널리즘을 질적으로 악화시켜 민주주의 사회 공동체를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포털이 설계한 기술적 환경에 의해 특정 성향의 뉴스를 선호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은 포털의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이 된다. 언론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친화적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포털과의 힘의 균형이 기울기 시작하자 곧바로 플랫폼 중심 환경을 적극 활용해 눈앞의 수익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이 연구원은 언론사가 포털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지만, 최근의 ‘포털 때리기’ 저의는 순수해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이언론이 용자와 더 밀착한 상태에서 책임있는 보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해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언론사들의 해법이 고작 복고적 시각에 바탕을 둔 ‘포털 때리기’라면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고민에 머무르면 안 된다

토론자들은 “지금보다 더 풍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기자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포털 기사에는 사진 외에 콘텐츠가 뜨지 않았다. 언론사들이 수명씩 투입해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굳이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포털은 잘못된 유입이 들어올 수 있게 때문에 제한한다고 한다. 제약 많은 상황을 어떻게 깨야할까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큰 관점에서 논의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기자들이 모든 걸 알려줬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의견을 표출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뭔가 알고자 하는 시민은 언론사 홈페이지든 어디든 찾아서 본다. 편리함만갖고 지금의 환경을 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언론이 고민하지 않으면 지금의 플랫폼 중심 환경에서 민주주의가 계속 추락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포털도 수세적인 대안만 내놓지 말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용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그동안 포털문제에 대한 언론의 입장은 신문사 사주들이 모인 신문협회를 통해서 나왔는데 썩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 받자’라는 식으로는 시민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앞으로 해결책도 저널리즘에서 찾아야한다. 생산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인 이용자, 시민과 같이 가는 방향으로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외래교수는 “포털이 아웃링크를 한다고 했을 때 언론사는 이용자들을 위해 무얼할 수 있는지,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무엇 때문에 언론사 홈페이지에 가지 않는지를 봐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