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전교조 “청와대와 거래한 ‘법외노조 재판’ 원천무효”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입력 : 2018.05.29 16:35:00 수정 : 2018.05.29 18:46:3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양승태 대법원’이 대법원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재판방향, 시점을 저울질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전교조가 해당 판결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열었다. 송윤경 기자kyung@kyunghyang.com

“약간의 시점 차이만 있을 뿐 재판결과는 대외비 문건에 나온 그대로였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학한 정책실장)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전교조 소송 관련 대외비 문건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에 의해 공개되자 재판당사자인 전교조는 발칵 뒤집어졌다. 전교조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전교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교조에 대한 법원 판결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면서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쪽 가량의 전교조 관련 대외비 문건과 실제 재판 결과를 조목조목 비교·분석해 공개했다. 대외비 문건은 한마디로 대법원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묶어두려는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내부검토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문건에서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인용은 양측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양측’이란 BH(청와대)와 대법원을 말한다. 상고법원 도입을 관철시키려던 대법원은 대법원은 이 판결을 언제 내리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시점까지 고민했다. 대법원이 이 판결을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주요 현안으로 보는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할 대상’으로 여겼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논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용노동부는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외노조’ 통보를 한다. 이후 전교조는 통보처분에 대한 취소청구를 하면서 이와 동시에 처분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가처분 신청은 2013년 1심에서 받아들여졌다. 고용노동부가 그해 고등법원에 항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듬해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문제의 대외비 문건은 이 시점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결국 대외비 문건에 나온 대로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효력이 되살아나도록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가처분 신청 외에 본안(처분취소 청구) 처리 역시 문건의 계획과 일치한다. 대외비 문서에서는 본안사건에 대해 재판장을 바꾸는 방안이 언급돼 있는데 “실제로 재판장이 바뀌었다”고 전교조 측은 설명했다. 대외비 문건에는 본안 사건 재판 때 “재항고 사건 처리결과가 간접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문에 결정이유가 기재되는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돼 있다. 실제로 재항고 결정문에는 결정이유가 명시돼 있고, 본안재판에서 전교조는 졌다. 전교조는 결국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교조 측은 이날 “법외노조가 된 후 전교조 교사 가운데 34명은 해고됐고 20여명은 중징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교조 판결은 법외노조 문제 뿐만이 아니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또다른 문건에는 전교조 소속이었던 고 김형근 교사의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재판도 언급돼 있다. 이 사건은 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했다면서 조선일보가 보도해 시작됐다. 1·2심은 모두 무죄판결했으나 대법원은 파기환송한다. 김 교사는 구속 후 풀려났다가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 판결은 대외비 문건에 ‘과거사 정립’을 이룬 사례로 분류돼 있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관련 재판도 1심과 달리 2심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왔다. 이 판결 역시 대외비 문건엔 박근혜 청와대가 내세운 4대 부문 개혁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제시돼 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권에겐 마치 반드시 이뤄야할 ‘결실’처럼 여겨졌기에, 반대급부를 압박하기에 좋은 대상이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긴 프로세스 끝에 얻는 성과”(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라고 표현했음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를 즉각 취소하고 법외노조화에 따라 희생된 해직교사들을 전원 복직시켜야 한다”면서 “양승태를 구속수사하고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오는 6~7월 집중투쟁에 돌입하고,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ILO 가이 라이더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