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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기

[인터뷰]“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해줘야” 핀란드 선생님에게 듣는 교육

ㆍ‘한·핀란드 교육세미나’ 발제
ㆍ핀란드 교사 마아릿 루탈라

핀란드 탐페레시 타메르코스키 고등학교 마아릿 루탈라 교사가 지난 3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핀란드 탐페레시 타메르코스키 고등학교 마아릿 루탈라 교사가 지난 3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년 교과통합 교육과정 개발…2년간 보완·합의 거쳐 완성
고교는 학년 없고, 다양한 코스로 구성된 과목을 스스로 선택

핀란드는 매년 최고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며 ‘교육 모범사례’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나라다. 끊임없이 혁신을 하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는 또 흥미로운 교육 실험을 시작했다. 2016년 8월부터 적용된 새로운 국가 핵심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교과목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주제로 잡은 뒤 교과 간 통합수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을 주제로 한다면 화학시간에는 ‘어떻게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할까’를 놓고 토론한다. 이어진 수학시간에서는 식재료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종교·역사수업에서는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문화를 익힌다. 무상급식에 대한 토론은 사회시간의 몫이다. 가정시간에는 균형잡힌 한끼 식단을 짜 직접 요리해본다. 

새 교육과정이 시작됐을 때 일부 해외 언론은 “핀란드가 개별 교과를 모두 없애고 주제별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것이었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핀란드 교사 마아릿 루탈라는 “모든 과목이 없어진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핀란드 교육부는 개별 교과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탐페레시 타메르코스키 고등학교 교감대행·영어교사인 루탈라는 교직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 교사다. 그는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이 주최한 ‘2018 한국·핀란드 교육 국제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루탈라는 핀란드가 추구하는 수업 방식에 대해 “영어, 수학, 역사와 같이 과목 구분은 있지만 큰 틀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합학습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주제를 둘러싼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학생들 스스로 수업을 이끈다. 때론 여러 과목의 교사들이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루탈라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습능력이 뛰어난 친구도, 떨어지는 친구도 서로 도우면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핀란드 고등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다.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한다. “자유와 책임감을 동시에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루탈라는 말했다.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이 높은 덕에 수업의 색깔도 모두 다르다. 학교들은 국가가 제시한 방향을 따르면서 지역적 특성을 살린 자신들만의 교육과정을 만든다. 루탈라는 “우리 고등학교는 탐페레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시각예술과 디자인에 특화돼 있다. 보통 고등학교 학생들은 시각예술과 관련된 2개 강좌를 수강하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서 40개 강좌를 제공한다”고 했다. 

각 과목은 다양한 ‘코스’로 이뤄진다. 루탈라 학교의 영어과목은 코스별로 문화, 과학기술, 일과 삶,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루탈라는 “한번은 문화가 주제인 시간에 일본의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를 살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2014년에 새 교육과정 개발을 마쳤지만 다시 2년을 들여 보완했다. 국가교육위원회, 교원노조, 지자체, 학부모와 학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과정을 손봤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매년 달라지는 정책으로 혼란스러운 한국의 교육 현실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루탈라는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요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며 “한 주체의 노력으론 바뀌지 않는다. 부모들도 학교를 믿어주고, 교사들도 책임을 가져야 좋은 교육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