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구두 신고 서있는 백화점 노동자 “의자에 앉으면 안되나요?”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8.06.04 12:00:01 수정 : 2018.06.04 15:32:38

한국여성민우회가 2014년 10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존중이 오가는 백화점 만들기’캠페인 및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고용노동부가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족부 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직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여성 노동자들은 화려한 모습과 달리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고통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일그러진 발’, 족부 질환이 있다. 구두를 신고 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체중이 발에 집중되면서 무지외반증같은 질환에 걸리기 십상이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의 ‘유통업 여성 근로자 노동환경 개선방안 연구(2012년)’에 따르면 유통업 판매직 여성들 절반 이상(56.4%)이 일을 하면서 질병에 걸린 적이 있고, 온종일 서서 일하느라 근골격계질환(85.4%)이나 무지외반증등의 발질환(80.7%)을 앓고 있었다. 치료법은 일하는 틈틈이 쉬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잠시 앉아 쉴 의자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고객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판매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캠페인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이 벌어졌고, 대형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계산원들에게 의자를 놓아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4년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백화점 노동자에게 물 한 잔의 권리를!’이라는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건방지게 앉아서 고객을 응대한다”는 일부 손님들의 민원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노동부는 판매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함께 바꾸는 캠페인을 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노동부 47개 지방관서 주관으로 ‘의자 비치·앉을 권리 찾기·휴게시설 설치’ 캠페인을 한다. 8월까지 출퇴근 시간대에 전국 40곳에 설치된 안전보건전광판을 활용해 시민 대상 계몽활동도 한다. 유통업체 관리자들과 간담회를 해 보호방안을 논의하고,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 가이드’와 ‘서서 일하는 노동자 건강가이드’를 만들어 모든 백화점·면세점에 보급한다.

9월 한 달 동안 백화점·면세점에 의자를 비치하고, 휴게시설을 설치해 노동자들의 건강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실태조사에 나선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판매직 노동자들의 족부질환, 요통,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고객을 응대하지 않을 때는 않아서 쉴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업주의 의무를 넘어 고객의 인식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배려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