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한국의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6일 산입범위 개편 등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급작스러운 면이 있지 않았나 아쉽다”며 노사 합의 대신 국회 주도로 통과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6일 스위스 제네바의 ILO 사무실에서 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갖고 “임금 결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면서 “노사정이 합의하게 하는 게 최고의 과학”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과정이 노사 합의 등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사가 충분히 논의해보고, 공통분모가 있을 때에 법률 합의 등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이번엔 좀 과정에서 급작스럽지 않았나, 아쉬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계산 때 집어넣도록 한 개정 최저임금법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고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는 한국의 임금체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임금체계 전반의 개편 대신 최저임금 개편에 초점을 맞추다가 생긴 일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일반적 임금체계(개편)를 통해 해야 할 일을 최저임금에 넘기니 너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근본적으로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제도 외에는) 임금결정의 다른 메커니즘이 없다”며 “최저임금을 빼놓고 보면 일반 근로자가 고용주와 임금 협상을 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사측과 임금협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노조에 가입돼 있는 노동자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그는 “노동자가 사장을 만나 임금 얘기를 해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면서 “정부도 (최저임금 결정의) 과부하를 줄이려고 노동회의소같은 기구를 만들 의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진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대다수 노동자들을 대변할 법정노동단체 형태의 노동회의소를 만들자는 제안이 지난해 일부에서 나왔으나 양대 노총의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더이상 진척되지는 못했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넣으면 너무 복잡하게 짜인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상여금을 매달 나눠서 준다 해서 기본급이 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상여금이기 때문에 임금체계 전환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산입범위에 대해서도 “복리후생비는 급여라기보다 비용에 가까운 면이 있고 특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그런 면이 있다”면서 “일률적으로 법률 규정을 하는 것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득이 될지 손실이 될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새 법이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지 “미리 생각해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고용이 최대 8만4000명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대해 페이스북에 “외국의 추정치를 갖고 부정확하고 편의적으로 분석했다”는 비판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은 진짜 모른다. KDI는 참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 같고 그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표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재차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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