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 소속으로 경기 의왕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시멘트 작업을 맡아했던 서모씨는 2015년 9월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현장소장 차를 타고 외부 음식점으로 가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량 뒷자석에 승차하려던 서씨가 미처 타기도 전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그는 오른쪽 무릎이 꺾여 인대가 늘어나고 근육이 파열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서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점심시간 중 당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는 행정소송을 거친 끝에야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서씨처럼 점심시간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오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소송까지 갈 필요 없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식사를 위해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식사 후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다친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해 11일부터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지금까지 공단은 점심시간 중 사고의 경우 구내식당이나 사업주가 지정한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에 한해서만 산재라고 인정해왔다. 노동자들이 구내식당이나 지정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오가다가 벌어진 사고는 산재 인정이 어려웠다. 공단이 휴게시간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인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한다는 산재보험법상 규정을 좁게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내식당이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만 보호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올해부터 산재보험법이 개정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의 경우 폭넓게 산재보험 청구가 가능해졌는데 휴게시간 중 사고의 경우 이에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으로는 구내식당 유무와 관계없이 ‘사회통념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외부 식당을 오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된다. 도보나 차량 등 이동수단과 상관없이 휴게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 사업장으로 복귀가 가능한 거리 안에 있는 식당이라면 산재로 인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회사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복귀하던 중 넘어져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바깥 식당에서 식사하고 돌아오다가 다쳤더라도 산재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휴게시간 내에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에서 식사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쳤다면 ‘사회통념상 가능한 범위’를 넘기 때문에 새 지침으로도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 식사를 마치고 지인을 만나는 등 사적 행위를 목적으로 이동하다 다친 경우 역시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개정 지침에 따라 노동자들이 식사 장소와 관계없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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