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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회식·워크숍·출장·교육… ‘주 52시간 노동’ 어디까지 포함될까요

입력2018-06-11 16:44:00

주말에 1박2일 워크숍을 다녀온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될까요? 업무상 거래처 접대가 많은데 이것도 노동시간에 들어가나요? 다음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흔해진 질문입니다.

사실 노동시간 단축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특례업종을 제외한 일반 사업장에서 법정 노동시간은 최대 주당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특정 업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판단 기준은 지금까지 판례나 행정해석 등으로 충분히 나와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과거 판례 등을 묶어 무엇이 노동시간에 포함되고 무엇이 아닌지를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지난 4월30일 서울시내 한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50조에 정해진 개념입니다. 일 8시간, 주당 40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노사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어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정해진 것이지요.

노동부는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으로 해석합니다. 근로기준법에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대목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것은 근로시간이고, 저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노동자에게 정말 그 자리에 참석할 의무가 있었는지,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이 컸을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서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노동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근로시간에 포함되고, 무엇이 아닐까요.

접대·회식·워크숍과 근로시간의 경계는 

영업사원 ㄱ씨는 거의 매주 주말마다 거래처 간부들과 ‘골프 라운딩’을 나갔습니다. 저녁에도 거래처와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비용은 자신이나 상사 명의의 법인카드로 처리했습니다. 거래처를 소위 ‘접대’한 겁니다. ㄱ씨는 접대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판례를 살펴보면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은 지난 4월 한 보험회사 간부가 휴일 골프 접대를 초과근로로 인정하고 임금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라운딩 대상을 해당 간부가 임의로 정했고,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자발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고용노동부는 “업무 수행과 관련있는 제 3자를 소정근로시간 외에 접대하는 경우, 이에 대한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회식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회식은 노무제공과 관련이 없고, 구성원들끼리 사기를 진작시키고 조직의 결속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사용자가 꼭 참석하라고 강요했더라도 그 정도로는 회식을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노동부는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다릅니다.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 아래서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집중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크숍 프로그램 중 친목도모를 위한 시간이 있다면 여기까지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힘듭니다. 단순히 직원 간 단합 차원에서 워크숍을 갔다면 이것도 근로시간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쉬는 시간이더라도 ‘비상대기’라면 근로시간 

아파트 경비원 ㄴ씨는 저녁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합니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는 경비실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잡니다. 하지만 경비실 밖으로는 나갈 수 없고, 입주민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일어나 대처해야 하죠. ㄱ씨의 하루 근로시간은 12시간일까요 8시간일까요?

ㄴ씨의 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휴게시간이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합니다. 당장 일은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 업무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간은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근로시간으로 산정합니다. 대법원도 이 경우에 대해 “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근·출장·교육은 근로시간일까 

에어컨 설치기사 ㄷ씨는 외근이 일상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ㄷ씨가 몇 시간 일했는지 산정하기 어렵죠. 무역회사 사원 ㄹ씨는 해외출장이 잦습니다. 비행기를 10시간 넘게 타고 이동해서 차량으로 수 시간씩 더 가야 목적지가 나오는 일도 잦습니다. ㄹ씨가 공항에서 수속을 하고 비행기를 탄 시간, 차로 이동한 시간도 근로시간에 들어갈까요? 

근로기준법에 대략적인 기준이 나와 있습니다.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사업장 밖에서 근무해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는 ‘소정근로시간’ 동안 일한 것으로 봅니다. 소정근로시간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을 통해 ‘일하기로 정한 시간’을 뜻합니다. 풀타임 노동자라면 하루 8시간인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여기에 따르면 ㄷ씨와 ㄹ씨는 하루 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업무가 너무 많아서 소정근로시간을 넘게 일해야 하는 경우 노사가 합의해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정하고 이를 근로시간으로 산정합니다. ㄷ씨가 다니는 회사가 노조와 합의해 ‘통상 필요한 시간’을 10시간으로 정했다면 ㄷ씨의 하루 근로시간은 10시간이 됩니다. 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출장의 경우 출장지로의 이동에 필요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노동부는 “비행시간이나 출입국 수속시간, 이동시간 등 ‘통상 필요한 시간’의 객관적 원칙을 노사가 서면합의하고 그에 따라 근로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교육시간의 경우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작업안전교육 등은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반면 직원들이 이수해야 할 의무가 없고 사용자가 참석을 독려한 정도라면 포함되지 않습니다. 직업능력개발훈련의 경우 사업주와 노동자가 훈련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뤄지는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됩니다. 훈련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을 할 때 근로시간 인정여부나 임금지급 여부를 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