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번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하면서 통상임금 개편 논의를 함께 했다면 균형이 맞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기업들 요구만 들어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노동계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1개월 단위 고정상여금 산입까지는 양해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야당 요구대로 ‘복리후생비’를 끌어오는 커다란 실책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통상임금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데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기본급 대신 수당 비중을 늘리는 ‘편법’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없거나 부정기적이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고, 산입될 경우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격타를 받는 복리후생비를 끌고 오면서 상황이 꼬였다. “우리 사회가 일을 시키면 밥은 먹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저임금 사업장에서도 식사는 제공하는데 이번에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당사자들은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자는 얘기가 나왔으면, 통상임금에도 포함시키자고 해 임금체계 개편 논의로 이어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유인이 줄었다는 우려다. 복리후생비 등 온갖 수당 형태로 돼 있던 것들이 최저임금으로 포함되면서, 굳이 기본급으로 돌릴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7일 경향신문 보도대로 “사용자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넣으면서 연장노동수당 지급기준인 통상임금에선 제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정상여금 산입 양해 분위기서 ‘복리후생비’ 끌어온 것이 실책
통상임금에도 포함해 범위 넓히고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갔어야
김 이사장은 “이번에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정의를 함께 정리했다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늘리고 통상임금은 손을 놔버렸다”면서 “일방적으로 기업 편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되살리기 위해선 앞서 논의에서 손대지 못한 ‘통상임금’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시켜 범위를 넓히고, 복잡한 임금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격차, 최저임금 탓만은 아냐...근로장려세제 강화 등 방안 필요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 효과를 부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연말까지 부정적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만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내년과 내후년에도 비슷한 인상률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계도 인상률을 10% 정도로 조정하는 정도는 양해할 수 있었을 것인데 산입범위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노동계는 인상폭이 15%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상황이 꼬였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는 먼저 대화의 명분을 던져주고, 노동계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최저임금위원회라도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임위는 이달 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 최임위는 이 시한을 지키려 할 것이고 노동계가 빠져버리면 재계만 ‘꽃놀이패’를 쥐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논의에서 빠지면 더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경우 피해자는 노동자들이 된다”면서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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