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닷새 간격으로 전혀 다른 고용지표 2개가 발표됐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7만2000명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하지만 그 5일 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만2000명이 늘어, 13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노동부는 “고용여건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얼핏 상반된 두 통계 속에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담겨 있다. ‘질 낮은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4대보험에 가입되는 더 나은 일자리는 늘어났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신욱균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동향을 브리핑하며 “양적 측면에선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최근 고용지표가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용직이 줄고 상용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시장이 재편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근거다.
▶5월 고용쇼크…취업자 증가 7만명대 ‘8년 만에 최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는 ‘조사를 실시한 1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뜻한다. 임시직·일용직,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포함된다. 반면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범위는 훨씬 좁다. 상용직, 임시직 중 일부만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다. 일용직이나 4대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빠졌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폭이 취업자 증가폭보다 훨씬 컸다는 것은 ‘4대보험이 되는 좋은 일자리’ 위주로 고용이 늘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짚을 수 있다. 상용직은 32만명 늘었고 임시직과 일용직은 23만9000명 줄었다. 제조업에서 7만9000명, 영세사업체가 몰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11만3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영향이 컸다. 도소매·숙박음식업에서는 ‘나쁜 일자리’ 위주로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는 일용직과 임시직이,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는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크게 줄었다. 상용직이나 직원을 두고 일하는 자영업자(고용주)는 늘었다.
▶청, 집권 2년차 ‘경제·일자리 대응’ 드라이브 건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에 따라 전체적으로 고용시장이 변화하면서 이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고학력층이 늘고 노동시장이 더 규율을 지키는 방향으로 바뀌어가면서 상용직 일자리가 전체 취업자 수를 많이 끌어올렸다”며 “저학력 노동자가 많은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면서 일용직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포화상태였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쟁에 떠밀려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인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임시·일용직들이 내수 부진으로 타격을 받아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반면, 상용직이 늘면서 고용구조가 개선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수는 약 60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2700만여명의 22%를 차지한다. 성 실장은 “음식업 등에선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늘어난 음식숙박업이 조정을 받는 국면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고학력·상용직 위주로 바뀌고 있는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내려 ‘나쁜 일자리’를 더 만든들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임금 일자리를 맴돌던 이들이 옮겨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고용을 늘릴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동력을 찾고, 청년들이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절한 소득지원과 취업지원을 하는 고용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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