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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처럼 ‘환경성질환’ 일으킨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물린다

2018.6.11 배문규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기업 잘못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피해액보다 더 많이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1년 뒤 도입된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밀고당기기 끝에 배상액수는 당초보다 줄어든 ‘피해액의 3배 이내’로 정해졌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환경보건법’ 개정안이 12일 공포돼 내년 6월12일부터 시행된다고 11일 밝혔다. 환경성질환은 ‘환경유해인자’라고 부르는 인체 바깥의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환경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알레르기 질환, 수질오염물질로 생기는 질환, 유해화학물질에서 오는 중독증·신경계·생식계 질환, 환경오염사고로 생긴 건강장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의 6개 질환이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업자의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방식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쓰다가 피해를 입으면 기업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는 물론 제품의 결함까지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대기업에 책임을 물리는 것이 사실상 힘들었는데, 이 법에선 제품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게 했다.

 

지난 5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제품 결함을 넘어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책임의 범위를 넓혔다. 배상액 규모는 질환을 부를 수 있는 위험요소들뿐 아니라 사업자의 고의성, 소비자에게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까지 고려해 정한다. 제품 안전을 입증할 책임을 기업도 함께 지도록 한 제조물책임법의 규정도 가져왔다.

 

다만 배상금 규모는 줄었다. 환노위에서 통과된 안에는 ‘피해액의 10배 이내’로 돼 있었는데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3배 이내’로 축소됐다.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해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는 대개 피해액의 4배 정도이지만 상한선이 없고, 최대 526배에 이르는 배상을 물린 판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