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해 강서구민과 서울시민,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료 혜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해야 한다.” 지난 5일 열린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를 세우는 데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특수학교 대신 유치를 희망하는 국립한방의료원은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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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할지조차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복지부의 연구용역에서 국립한방의료원을 짓는다면 옛 공진초 부지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했으나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었고, 당장 설립을 추진하기에는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방병원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남 양산의 국립 한방병원(부산대 한방병원)의 병상은 채워지지 않고 있고, 서울의 경희대 한방병원도 병상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립계획도 없는 국립한방의료원이 주민들의 ‘숙원’이 된 것은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국립한방의료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부터였다. 김 의원 등은 가양동이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의 출생지이고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며 ‘역사적 관련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자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역의 역사도, 복지부의 연구용역 결과도 큰 의미가 없다. 더구나 복지부가 추후에 국립한방의료원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공진초 터에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진초 부지는 서울시교육청 소유로, 도시계획법상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다. 이미 시교육청이 특수학교를 세우기 위해 예산까지 투입한 땅에 한방의료원을 짓기는 힘들다.
시교육청은 2013년에도 이 자리에 특수학교를 세우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좌초됐다. 지난해 다시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을 세워야 한다며 계속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월 주민토론회는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무산됐고, 지난 5일 열린 두 번째 토론회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교육청은 2019년 3월 공사를 마치고 특수학교를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특수학교가 문을 열려면 9월 중에는 설계공모 심사를 끝내고 내년 3월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아동들에게 돌아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수학교는 생존권, 기본권과 같은 것이며 양보할 수 있는 사인이 아니다”라면서 더 이상 건립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주민들을 위해 특수학교와 함께 도서관 등 복합문화시설을 설치하고, 특수학교 재활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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