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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공론화 서울시민참여단 만들겠다...1호 안건은 두발.복장 자유"

송윤경·최미랑 기자 kyung@kyunghyang.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 공론화 시민참여단’(가칭)을 올해 하반기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1호 안건은 두발·복장 자유화다.

6·13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은 25일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교문 앞에서 두발, 복장 등에 대해 선생님이 단속을 하는 후진국형 방식에 우리가 여전히 매몰돼 있다”면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교육은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으로 중지를 모으는 동시에 각자의 행위양식을 개혁해 나가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공론화 방식은 이런 면에서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4개 시나리오를 제시한 국가교육회의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에 대해서는 “첨예한 갈등 현안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쳐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큰 틀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선택지를 좁힌 다음에 숙의에 돌입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2기 서울교육’의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조 교육감은 학자로서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민주주의가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그는 “교육을 통해 육성 할 덕목이 변하고 있다”면서 “산업화시대엔 ‘부자 되세요’, 민주화시대엔 ‘권리의 확장’이 그런 덕목이었다면 이제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아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대해서는 그동안보다 더욱 강력한 어조로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폐지 권한을 이양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재선으로 교육행정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학자 조희연’과 ‘교육감 조희연’은 어떻게 다른가.

“비판적 지식인은 도덕이나 정의의 관점에서 올바른 얘기를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편한 위치다. 행정가로서 교육감일 때는 첫째로 실현가능성 없는 것은 얘기할 수 없다. 둘째로 정책이 변화할 때 이익 분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 교수로 있을 때는 고민하지 못했던 지점도 있다. ‘이익집단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중앙의회와 지방의회의 의원이 여러 단체의 이익실현 통로로 작용하는 성격이 있다. 선출직은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집단의 요구를) 더 많이 들어주면 득표에는 좋을 것이다. 시민의 대표가 단체의 이익 대표의 성격을 띠는 것이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 특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익집단에 관계 없이 공공의 관점에서 결정을 하는 것과 많은 표를 얻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갈등과 긴장이 생긴다. 선출직의 ‘딜레마’다. 나 개인의 이해가 희생되더라도 공동체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 민주주의에 천착해 온 학자로서 초·중등 교육행정을 본다면.

“교육을 통해 산업화·민주화 이후 시대에 필요한 미덕과 덕성을 기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산업화 시대의 미덕은 한마디로 ‘부자되세요’였다. 민주화시대 미덕은 권위주의 시대에 억압된 우리의 권리와 이해관계를 위해 싸우고 행동하면서 지키고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미덕이 필요하다. 공동체 전체를 위해 나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거나 희생할 줄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공화주의적·공동체주의적 미덕이 필요한 거다.”

- 이번에 공약한 학원 휴일휴무제는 4년 전에도 내걸었다. 왜 잘 안됐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우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입법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다른 방법도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 정신에 기초해서 우선 조례를 통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두 가지 다 노력을 하려고 한다. (4년 전에는)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접근했는데 교육단체들은 일괄 실시를 바라고 있다. 큰 방향은 확고하다. 다만 학원에도 기업형이 있고 생계형이 있다. 고용 문제도 얽혀 있다.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조례에 완충기를 두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으면 어떨까 한다. 조례안은 만들어놨고 이번 정기의회는 빠듯해서 내년에는 제출하려고 한다.”

- 자사고·특목고 폐지 권한을 이양받았으면 하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요구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 그렇게 써 달라. 자사고 제도를 폐지하는 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그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교육부에 그런 방침이 서지 않았다면 시·도 교육감에게 폐지 권한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자사고 문제는 상당 부분 서울의 문제다. 그래서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책임지고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 완전 폐지가 어렵다면 완전추첨제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

- 내년에 13개 자사고를 평가한다. 평가를 통해 폐지하는 방안은.

“어렵다고 본다. 교육부가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커트라인을 70점으로 높인다 하더라도 70점 이하를 받을 학교는 극소수일 것이다. 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세운 교육감이 재선한 마당에 학교들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평가를 준비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기준을 만들어 억지로 떨어뜨릴 수도 없다.”

- 그렇다면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자사고 폐지에 대한 서울시민의 공감의 폭은 전보다 많이 넓어졌다고 본다. 후진국형 교육 서열화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려는 큰 흐름에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고 단호하게 실행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선거 이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만나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에겐 향후 1년이 교육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지난 8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였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된 정책에 이의제기하는 ‘저항적 교육감’의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앙정부도 시·도 교육감도 다수가 ‘진보’다. 이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에게 약속한 교육개혁의 최소 공통 의제를 몇 가지로 압축하고, 담대하게 실현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2년 뒤 총선이 있다. 그때가 되면 표에 도움되지 않는 의제는 다 유예될 것이다. 그래서 1년이 골든타임이란 것이다. 자사고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회할 수가 없다. 자사고를 폐지하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사고 폐지, 입시개혁, 대학개혁, 공영형 사립대학 등 제도개혁을 다 지금 과감하게 실현해야 한다.”

- 자사고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얘기했다. 하지만 교육부 요청으로 국가교육회의가 진행 중인 대입제도개편 공론화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교육 쟁점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합의를 만들어갈 것인가.

“가 보지 않은 길인 데다, 첨예한 갈등 현안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교육부가 결정권을 독점하지 않고 숙의민주주의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교육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보물찾기 하듯 정답을 찾으려 해서는 결코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각자가 선행학습, 사교육 활용 방식, 입시경쟁 적응 방식 등 행위양식을 바꿔가게 되는 것이다. 합의된 대안이 나오면 그에 맞게 경과조치를 만들고 각자 기존의 교육경쟁 방식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공론화는 분명 유효하다. 단지 교육부가 조금 더 명확하게, 큰 틀에서 책임을 지고 선택지를 좁힌 다음에 공론화를 했더라면 떠넘기기라는 오해는 덜했을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도 공론화 제도를 도입하나.

“그렇다. 우선 두발·복장 자유화, 휴대전화 규제 같은 안건을 생각하고 있다. 쟁점을 명확하게 하고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다음 의견을 집약하려 한다. 최근 어느 학교의 두발·복장 단속 지침을 봤다. ‘학생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선생님은 ‘단속’ 위주의 역할을 해야한다. 이런 방식에 우리가 여전히 매몰돼 있다. 학부모님들은 두발, 복장 자유화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이미 두발·복장을 자유화해 평화롭게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공론화 기구의 이름은 ‘교육공론화 시민참여단’으로 할까 고민 중이다. 시민들이 배심원단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적어도 200~300명 규모로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모여 논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올 하반기부터 하려고 한다.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전향적 판결을 내리면 사법 신뢰도 회복되고 전교조 법외노조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나. 전교조하고 현 정부가 이렇게 대립하는 것은 향후 교육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전교조가 협의 틀을 만들어 전향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했으면 한다.”

-현 정부가 유독 전교조 문제에서는 포용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합법화를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에서 부정적 의제로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부모들의 전교조 불신은 보수 언론과 극우 교육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가공된 면이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전교조 찬반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교육청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교육·돌봄의 질을 공립 수준으로 높이는 ‘공영형 사립유치원’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사적 교육기관이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공공성을 갖게 하는 제도다. ‘공영형 사립대학’으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립유치원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서울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유치원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면 공영형은 확대할 여지가 굉장히 많다. 공영형으로 전환하면 재산을 뺏기지 않느냐는 오해를 한다. 완전히 불필요한 오해다. 법인으로 전환되고 공익이사를 50% 둬야 하는데, 공익이사들과 함께 유치원을 운영해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을 질 의지만 있으면 된다. 사립 유치원들도 재정난 등 여러 고민이 있기 때문에 최근 공영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은 서울에 네 곳이 있는데 임기 내에 100개는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