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감축해야 하거나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한받게 될 대학의 윤곽이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잠정결과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교육부 발표 엿새만인 26일 전문대학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부의 1단계 진단 잠정결과에 대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면서 “전문대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학생수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1단계 진단의 잠정결과가 ‘예비 살생부’로 불리는 이유다.
앞서 20일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의 잠정결과가 나왔다면서 일반대학 160개교 중 120개교(70%), 전문대학 133개교 중 65%(87개교)를 ‘예비 자율대학’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 자율대학은 부정·비리 제재 단계만 거치면 자율개선대학이 된다. 이들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를 받지 않으며, 일반재정이 투입된다.
문제는 2단계 진단 대상이 된 대학들이다. 일반대학 40개교, 전문대학 46개교가 2단계 진단을 받게 됐는데 이들 대학은 향후 ‘역량강화대학’ 혹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다시 분류될 예정이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 권고를 받게 된다. 또 일반재정을 지원받더라도 ‘구조조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전략적 특성화를 꾀해야 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감축 권고는 물론 재정지원도 차등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에 선정되면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된다.
전문대학들은 이러한 내용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잠정결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5일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형평성과 전문대학 차별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정책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기본역량진단 1단계 잠정결과에서 ‘예비 자율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일반대학의 경우 평가대상의 75%였지만 전문대학은 65%였다는 점을 들면서 “정부가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전문대학의 경우, 국가재정지원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은 물론, 낙인효과로 인하여 학생·학부모에게 깊은 정신적 상처를 줄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생직업교육센터’로서의 역할에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문대학의 ‘예비 자율개선대학’ 비중도 75%로 적용해 13개교를 추가로 선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특히 “수도권·강원지역 전문대학의 경우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이 평균보다 낮다”면서 “2단계 진단에서는 지역 균형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2014~2016년 진행됐던 ‘대학구조개혁평가’ 때 전문대학들이 교육부 목표치보다 초과해 정원감축을 달성한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이전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대학을 A∼E그룹으로 나누고 B∼E 그룹의 대학에 정원을 감축케 했고 D∼E그룹에겐 재정지원을 제한했다. 당시 E그룹에 속해 있던 서남대·대구외대·하중대는 결국 폐교했다. 그러나 등급 구분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교육부는 대학의 ‘기본 역량’을 1·2단계로 나눠 진단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회의의 이기우 회장은 “이번 기본역량진단 결과는 전문대학 홀대를 넘어서 ‘전문대학 죽이기’ 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지난 6월 통계청의 실업자 수를 보더라도 고졸자는 40.6%, 일반대 졸업자는 35.8%였지만 전문대 졸업자는 13%로, 전문대학이 청년실업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교육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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