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하고 행복하게

"늘 걷는 느낌이 궁금했는데...운동할 때는 날개를 단 듯" 패럴림픽 깃발 든 초등학생 수기

“나는 살면서 걷는 느낌이 궁금했다. 발이 풀에 닿을 때, 웅덩이를 밟을 때, 눈을 밟을 때……. 하지만 운동을 할 때는 날개를 달고 나는 느낌이다.”

2018 평창 패럴림픽 대회 개막식에서 대회기 깃발을 들었던 박현규 군(서울 서래초등학교 6학년)이 쓴 수기의 일부다. 박군은 현재 ‘휠체어 농구’ 종목의 유망주로 꼽힌다.

교육부가 2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한다. 수상작 32편 가운데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수상작 두편이 공개됐다. 교육부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기간에 학생·교사 16만여명이 참여하는 체육분야 학생진로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평창 패럴림픽 대회에서 깃발을 들었던 박현규군(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평창 패럴림픽 D-50 축제 당시 김정숙 여사와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_ 교육부 제공


‘하나 된 열정에 나의 열정을 더하다’라는 박 군의 수기에는 천진난만한 13살 소년과 각오가 남다른 휠체어 농구선수로서의 모습이 교차한다.

박 군은 개막식 참가 직전 메이크업을 받으며 “너무 간지러워서 웃음이 자꾸 나왔다. 끝나고 나서 내가 봐도 잘 생겨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경기를 참관하면서는 “이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이 개최되니 그 때를 목표로 나도 운동을 준비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은 TV에서 많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았는데 패럴림픽은 TV에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아쉬웠다. 모두들 온 몸에 똑같이 상처를 입고 땀 흘려 운동을 하는데 패럴림픽 경기들도 관심을 더 많이 갖고 방송에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미디어가 패럴림픽에 소홀한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괜히 부탁했다 거절당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손편지와 함께 하니 패럴림픽의 도전 정신처럼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인천 삼성초등학교의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예진씨의 수기 ‘패럴림픽, 나비효과의 시작’ 역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그의 수기에서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정이 그려져 있다.

그의 학교는 패럴림픽 경기를 직접 관람하게 됐고 조예진 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의 차이, 패럴림픽 종목에 대한 게시물을 복도 곳곳에 붙였다.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썰매를 탄다’라는 영화도 아이들과 함께 봤다. 그러자 학생들의 ‘응원 열정’이 솟아올랐다. 아이들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응원 손편지를 썼고 선생님은 아이들이 실망할까봐 전달하려 애썼다. 결국 손편지는 전달됐다. “선생님, 제 편지 답장은 언제 와요?”라는 묻는 아이들을 위해 다시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의 문을 열심히 두드려, 국가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가 직접 쓴 답장을 갖고 학교에 ‘진로교육’하러 오게 됐다.

한 선수의 수업을 앞두고 조 교사는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를 직접 만난 장애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이 학생 인생에 어떤 시발점이 될지, 비장애학생들의 인생에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것은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썼다. 그의 수기를 통해서 비장애·장애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꿈꾸게 하려는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두편의 수기를 그대로 싣는다.

하나 된 열정에 나의 열정을 더하다

서울서래초등학교 6학년 박현규

나는 평창에서 패럴림픽 대회기 기수를 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 너무 꿈만 같았다. 나는 휠체어 농구를 연습하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축구, 야구, 피구, 농구 등을 방과후에 남아서 열심히 한다. 나는 살면서 걷는 느낌이 궁금하였다. 발이 풀에 닿을 때, 웅덩이를 밟을 때. 눈을 밟을 때……. 하지만 운동을 할 때는 날개를 달고 나는 느낌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게 올림픽에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니 영광이었다.

평창에 힘겹게 도착하고 나니 평창 패럴림픽 경기장 시설이 눈앞에 나타났고 이름표와 출입카드를 받아서 목에 걸고 보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차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갈 때는 차 구석구석까지 검사하고 가방도 열어서 다 확인했고 엄마와 나의 출입카드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경기장 건물들을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경비가 엄격해서 출입카드 검사를 철저하게 했다. 담당 피디님을 만나 여러 관문을 거치고 개막식 기수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에 처음 도착하고 보니 내가 제일 어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기실에서 갑자기 많은 형과 누나들을 만나게 되니 약간 긴장도 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한 형이 말을 걸어서 인사를 나누고 친해져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그 형은 럭비선수였다. 그러고 보니 기수하는 형 누나들은 다 잘생기고 예쁘셨다. 대기하는 시간이 하도 길어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다가 클론 가수도 보고 국악 가수도 보고 아이스하키 정승환선수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었다. 정승환 선수는 패럴림픽 D-50 행사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어떤 선수인지 몰랐고 아이스하키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었다. 그러나 ‘우리는 썰매를 탄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나서 정승환 선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아이스하키도 멋있어 보였다.

개막식 이틀 전 아침부터 스타디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관중석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있었다. 눈은 치우는 일이 끝도 없어보였는데 밤이 되자 다시 눈이 오고 있었다. 내가 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원봉사자들이 밝은 표정이어서 그 모습에 정말 고마웠다. 개막식날 눈이 많이 오지 않기를…….

나도 곧 이어서 난생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간지러워서 웃음이 자꾸 나왔다. 다 끝나고 나서 내 얼굴을 보았을 때 내가 봐도 잘 생겨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리허설을 할 차례가 되었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 내가 언제 손을 들어야 하는 지 하나하나 다 하고 나니 몇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 내가 TV에 나올 생각을 하니 추운 날씨도 잊고 너무 뿌듯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이제 전 세계에 내 이름을 두 번이나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평창 패럴림픽 D-50 축제를 참가하였는데 김정숙 여사님과 옆에 앉아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 모습이 인터넷 기사로 나왔다. 그런데 두 번째는 TV로 중계된다고 하니 가슴이 더 많이 뛰었다.

드디어 개막식에서 “박현규 휠체어 농구 유망주~”라고 내 소개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 속에 대회기를 들고 행진하게 되었을 때는 막상 떨리기 보다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났고 내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진에 이어서 대회기 게양식이 끝나자 무사히 잘 마쳤다는 생각에 이제 편안하게 올림픽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고 나서 엄마와 아빠를 만났을 때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해서 기분이 좋았다. 내 차례가 끝난 후로도 여러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 들어오는 모든 출연자들이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하고 축하해주었다. 뭔가 뿌듯한 느낌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끝남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다음날부터 나는 농구, 배드민턴, 유망주 형 누나들과 여러 가지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학생 선수도 있고 직업선수도 있었는데 이번에 유망주들로 뽑혀서 장애인 체육회에서 단체로 관람을 하게 된 것이다. 다들 겨울 캠프에서 만났던 형 누나들이라 다시 모이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 처음으로는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갔는데 한국 선수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니 모두들 소리 높여 응원하게 되었다. 외국 선수들과 계속 순위가 바뀌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니 흥분되었다. 두 번째로는 아이스하키를 구경하게 되었는데 한국과 일본 경기였다. 경기장에 사람도 많고 일본에서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웠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정승환 선수가 너무 잘하셔서 너무 즐거웠다. 일본 선수들을 다 제치고 골을 넣으셨을 때 눈을 마주치려고 큰소리로 계속 응원했는데 아쉽게도 못보신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한국이 앞서나가고 경기장 응원 음악도 재미있었고 특히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것도 너무 신났다. 관중들이 한마음이 되었고 모두 친한 친구같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결국 4대1로 일본을 이겨서 너무 너무 신났다.

다음으로는 스키 경기장에도 가고 또 한국 대 체코 아이스하키도 또 보러 갔었다. 이번 아이스하기 경기에는 김정숙 여사님이 응원석에서 앉아계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뵙게 되니 너무 반가웠는데 맞은 편 자리에 앉아계서서 내가 계속 손을 흔들었는데 못 보시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계속 파도타기 응원도 같이 하시고 끝날 때 까지 앉아계셔서 같이 신나게 응원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동계 스포츠 종목을 보게 되니 다른 종목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바이애슬론은 계속 고정된 자세로 스키를 타야 되니 너무 힘들어 보였고 아이스하키는 선수들이 계속 쾅쾅 부딪히면서 경기를 하는 것을 보니 위험해 보였다. 정승환선수와 아이스하키 관련된 분들이 아이스하키를 해보라고 권유를 하셔서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엄마가 너무 위험하다고 말렸다. 엄마는 내가 다칠까봐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 지금은 농구와 휠체어 레이싱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여러 종목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같이 다녔던 형들과 코치님들도 힘들지만 세계대회도 다니고 거기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했던 얘기를 해줄 때 나도 열심히 해서 국제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이 개최되니 그 때를 목표로 나도 운동을 준비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박 3일 동안 평창 패럴림픽을 다녀오니 운동선수들이 너무 힘들게 운동 연습을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연습할 때 손이 많이 까지더라도 견디면서 해야겠다는 각오를 갖게 되었다. 평창 올림픽은 TV에서 많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았는데 패럴림픽은 TV에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아쉬웠다. 모두들 온 몸에 똑같이 상처를 입고 땀 흘려 운동을 하는데 패럴림픽 경기들도 관심을 더 많이 갖고 방송에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특히 평창 올림픽 경기장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오셨지만 외국에서 응원을 하러 오신 분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더 재미있었다. 외국 방송국 기자들도 많이 오셔서 인터뷰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게 되어 이렇게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있으면 모두 너무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은 내게 너무도 좋은 기회였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패럴림픽, 나비효과의 시작

삼성초등학교 특수교사 조예진

‘2018년 3월 15일 전교생 패럴림픽 직관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것도 기쁜 소식인데 우리 학교가 직접 그 역사의 순간을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학생들에게 패럴림픽 직관의 경험이 의미 있게 남을 수 있도록 특수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 지 고민하게 되었고, 고민하는 동안 마치 마음에 나비 한 마리가 앉은 것 같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렸다.

우선, 1학기 장애이해교육을 <패럴림픽, 제대로 알고 가자!>로 진행하였다. 패럴림픽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귀여운 반다비는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복도 게시물을 만들다 보니 내가 모르던 것들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의 차이점과 그 속에 담긴 배려, 패럴림픽 각 종목의 특징 등을 이번 기회에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패럴림픽 관련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3종류의 복도 게시물을 만들었고 만든 게시물들은 학생 뿐 아니라 학교 교직원 전체, 학생을 데리러 오는 학부모까지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복도와 급식실에 게시하였다. 마음 속 나비 한 마리가 작은 날갯짓을 시작했고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패럴림픽 직관을 기다리던 어느 날

“선생님, 왜 영화는 안 봐요? 보고 싶어요.”

마지막 복도 게시물 귀퉁이에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연의 ‘우리는 썰매를 탄다’ 영화를 추천하였는데 실제 상영 영화관이 매우 적었고 강화에서는 멀리 떨어진 영화관에서만 상영을 하고 있었다. 상영 중인 영화를 학교에서 보여줄 순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봤는데 마침 올해 KBS 다큐 공감에서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소개하는 편이 있었다. 패럴림픽 직관을 한다는 소식과 흥미로운 복도 게시물들로 학생들의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전교생이 함께 하는 시간에 보여준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관련 다큐멘터리는 인기 폭발이었다. 40분이 넘는 다소 긴 영상이었지만 아이들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선수들의 개인 생활과 가족들의 모습은 어떤지, 각 선수에게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상이 끝난 후, 아이들은 소감을 자유롭게 발표하였는데 선수들의 열정에 감동했다는 말, 경기를 보러 가서 직접 응원하고 싶다는 말, 격한 몸싸움이 걱정된다는 말 등 솔직하고 따듯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들의 순수한 그 마음을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진심에 반응한 마음 속 나비가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하기 위해 꿈틀거린 순간이었다.

인천 삼성초등학교 학생들이 국가대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쓴 손편지. 조예진 교사는 이 편지를 어렵사리 하키팀의 평창 숙소에 전달할 수 있었다. |교육부 제공

인천 삼성초등학교 학생들이 국가대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쓴 손편지. 조예진 교사는 이 편지를 어렵사리 하키팀의 평창 숙소에 전달할 수 있었다. |교육부 제공

장애인체육협회에 연락하여 아이들의 응원이 담긴 손편지를 선수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고 했지만, 여러 절차상 어려움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괜히 부탁했다 거절당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왠지 언젠가 될 것 같은 이상한 기대감이 자꾸만 나의 나비를 부추겼고, 아이들의 손편지와 함께 하니 패럴림픽의 도전 정신처럼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에 직접 전화도 해보고, 이메일도 보내보았다. 쉽게 답장이 오지 않아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내 연결되었고 담당자가 이메일도 즉시 확인해주었다. 실제 패럴림픽 경기 중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담당자들도 모두 평창에서 바쁜 와중이었지만 본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좋은 의미이고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선수들이 패럴림픽 기간 동안 묵는 숙소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삼성초등학교 학생들의 응원이 담긴 손편지가 평창에 있는 선수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3월 15일, 우리가 원래 볼 수 있는 경기는 아이스하키가 아니었는데 운명처럼 장애인아이스하키 경기를 직관하게 되었고 미리 준비해 간 플랜카드를 흔들며 아이들과 열심히 응원할 수 있었다. 경기 중 선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그때 다큐멘터리에서 본 선수다! 주장이다! 내가 편지 보낸 선수 파이팅이라며 제법 친근하게, 그리고 어떤 응원팀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본교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가 직관한 경기는 아쉽게도 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임한 결과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고, 경기장에는 뜨거운 애국가가 울릴 수 있었다. 뉴스에서는 패럴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부족을 문제로 보도했지만 우리 학교만큼은 예외였고 수호랑보다도 반다비가 더 인기가 많았다.

패럴림픽은 끝이 났지만 작은 나비가 날갯짓하여 불러일으킨 일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교 영재학급에서는 장애인이 스포츠 경기에 공정하게 참여하기 위한 기기 디자인 설계, 그렇게 생각한 이유 등을 수업하여 사고력과 배려심을 함께 가르쳤고 아이들 참여와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 또한 평창에 있던 실제 아주 큰 반다비와 수호랑 모형이 학교 숲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사이좋게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본교 장애학생들의 모습이다. 처음 장애이해교육을 준비했을 때 비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패럴림픽을 안내하자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교 특수학급 학생이 패럴림픽을 직관한 후, 본인도 장애인 스포츠 선수가 멋있다고 장래희망을 바꾸기도 하며, 어떤 친구는 장래희망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음악줄넘기’ 동아리를 만들어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이 패럴림픽 가치를 계승하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제 편지 답장은 언제 와요?”

학생들이 계속 기다린 눈치로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편지를 보낼 생각만 하고 답장을 받을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답장을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때 숙소를 알려준 협회 담당자 분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하게 되었다.

“혹시 학생들의 편지 답장으로 선수 분이 진로교육 와주실 수 있나요?”

100% 거절당할 것을 예상했지만 거절당할 때는 당하더라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아이들에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진로교육을 계획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는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진로교육을 해줄 수 있다.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해외 훈련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때도 있으며, 비인기종목이 갖는 어려움도 이야기해줄 수 있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행복함과 꾸준함과 노력, 자아실현 등을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장애인식개선, 장애인권교육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신체적인 제한이 꿈을 제한시킬 순 없는 것이고,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 장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가득 담아 협회에 부탁을 드렸더니 처음 있는 일이라고 조금 당황해했지만 곧 선수에게 물어보고 연락을 주신다고 했다. 초조한 날들이 지나 얼마 후, 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가 와주신다고 하셨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도 잘 보관하고 있고, 진로교육을 하러 올 때 직접 쓴 답장도 갖고 오신다고 했다. 특별히 준비한 진로교육인 만큼 한민수 선수에게 궁금한 것들을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직접 적어 Q&A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본교 학생들은 한민수 선수가 오는 5월 18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언제 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지 모를 이 패럴림픽을 직관하기 전, 패럴림픽을 응원했던 순간, 패럴림픽이 끝나고 난 후 모든 순간에 학생들은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패럴림픽의 문제, 어쩌면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과도 관련이 깊다. 내가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아이들 스스로, 선생님들 스스로 느꼈을 부분이며 나조차도 차가운 현실에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1학기 장애이해교육을 하지 않았으면 학생들이 패럴림픽 가치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패럴림픽 관련 이번 전반적인 교육을 통해 교사는 학생을 위해 정말 많은 수업과 교육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것이 바뀌고 학생들이 얻는 그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패럴림픽 직관 소식을 듣고 설렌 특수교사 한 명의 작은 날갯짓이 학교 복도를 타고, 평창을 넘어 다시 강화로 불어왔다. 그 사이 따듯한 마음을 닮은 생각하지 못한 일들도 일어났다. 앞으로 있을 진로교육이 이 날갯짓의 끝이 아닐 것이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를 직접 만난 장애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이 학생 인생에 어떤 시발점이 될지, 비장애학생들의 인생에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것은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강화 작은 학교에서 이루어진 이 일들이 교육청 소식지를 타고, 어쩌면 패럴림픽 수기 공모전을 타고 다른 많은 교사들에게 새로운 꿈과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다음 번 패럴림픽 때는 더 좋은 교육 사례들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나비효과의 바람이 멀리 멀리 퍼져 다른 사람들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이 조금씩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