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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DMZ를 그린존으로](2)압록강은 3급수 이하? '통일비용'으로 돌아올 북한 환경오염 실태는

2017년 4월 평양 시내 양각도 호텔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대동강변의 고층건물들이 보인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017년 4월 평양 시내 양각도 호텔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대동강변의 고층건물들이 보인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북한의 지명보다도 낯선 것이 북한의 환경 실태다. 철도와 도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이 나오지만,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통일 비용’이라는 계산서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난개발이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을 부른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이를 방증한다. 생태계는 연결돼 있다.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북한의 환경 현황을 파악하고, 개발이든 보전이든 거기에 맞춰 추진해나갈 전략이 필요하다.

겨울엔 ‘북한발 미세먼지’

교류가 거의 없고 대외적으로 공개된 자료도 많지 않으니 북한의 환경 실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문헌 자료와 북한이탈주민, 전문가들 인터뷰를 분석해 지난해 펴낸 ‘북한의 환경인프라 조성을 위한 환경협력 연구’ 보고서가 그나마 최신 자료다. 보고서는 경제난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량은 많지 않지만, 오염도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미세먼지의 국외영향으로 중국을 떠올리지만 ‘북한발 미세먼지’도 있다. 남한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에 2~4% 정도 영향을 주지만, 겨울철 수도권에선 북한의 영향이 최대 20%까지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북한은 에너지사용량이 남한보다 현저히 작아서 대기오염물질 총 발생량 자체는 적다. 하지만 질 낮은 연료를 쓰고 대기오염 처리기술이 부족해 지역에 따라 공기질은 상당히 나쁜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 농어촌과 산촌은 공기가 깨끗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함흥, 청진같은 공업지역은 다르다. 평안남·북도나 함경남도는 인구밀도가 높고 산업활동도 활발해 미세먼지(PM10)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평양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계절별로는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 공기가 가장 나쁘다. 강수량이 적은 12월부터 4월 사이에는 대기중 입자가 많지만 강수량이 늘어나는 5월부터는 줄어들어 남한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주거지역의 주된 오염원은 가장의 난방과 취사에 쓰이는 연료다. 도시지역에서는 밥 짓는데 나무 28%, 석탄 63%를 쓴다. 농촌지역에서는 나무가 77%, 석탄이 1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난방용 연료도 비슷하며, 중앙·지역난방이나 전기 난방은 극히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대 중후반 남한의 17%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4~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남한과 대조된다.

평양의 랜드마크인 류경호텔이 안개에 휩싸여 있다. 평양 _ 사진공동취재단·이석우 기자

북한이탈주민들은 공업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기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지만 대기 질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들은 남한에 대해서도 “공기가 상당히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함흥처럼 공단이 밀집한 공업지역은 비료공장 등이 가동되면 기상상태가 좋지 않고 심한 경우에는 노란 연기가 안개처럼 형성돼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피해”와 “산림훼손으로 인한 흙먼지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압록강 수질은 3급수 이하”

대도시나 공장, 광산 지역을 통과하는 큰 강들은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 대동강은 “오수, 분뇨 중 절반 정도가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입”되며, 수돗물을 음용수로 마시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두만강은 “무산탄광, 회령제지공장, 중국 개산둔 펄프공장 등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와 수질오염이 심각”하며, 수생식물에도 안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압록강은 “북한의 혜산·신의주, 중국의 장백·단동 등에서 산업폐수와 생활오수가 유입돼 식수로 쓰기 곤란한 3급수 이하 수질로 악화”됐다. 함흥의 성천강은 염료공장, 가죽공장의 폐수와 가정의 생활하수가 흘러가 “회복 불능의 강”이 됐다고 한다.

특히 북한에선 분뇨처리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상하수도 시설에 대해선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지만 하수관으로 배출하는 비율은 13.6%에 불과하고 재래식 화장실이 79.7%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었다. 2015년 세계 하수처리율 분포 조사에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수준”으로 평가됐다. 북한 주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면담에 응한 탈북민들에게서 “인구가 몰린 지역과 공업·광산지역의 하천오염이 흔하며, 정수되지 않은 물을 사용해 수인성 전염병이 만연”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집안에 수도가 있어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거나 “평양같은 대도시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 부족으로 물이 공급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는다”고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재활용쓰레기 대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재활용할만한 폐기물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평양의 경우 고형폐기물의 대부분이 석탄재(64%)였으며 과일과 곡물(10%), 금속(5%), 종이쓰레기(5%), 유리(2%), 플라스틱(2%), 천(2%) 등으로 조사됐다. 난방이나 취사 때 쓰레기를 땔감으로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재활용할 쓰레기가 아닌 재가 많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대동강은 오수나 분뇨로 오염돼 수돗물을 음용수로 마시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이석우 기자

대동강은 오수나 분뇨로 오염돼 수돗물을 음용수로 마시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이석우 기자

그럼에도 일부 폐기물은 엄격하게 처리된다. 물자난 때문이다. 산업용폐기물은 재활용되거나 재사용되며, 중금속같은 유해폐기물은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병원성폐기물은 추가 오염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 소각한다. 탈북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폐기물이 거의 생기지 않고, 비닐이나 플라스틱, 유리병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사용한다”고 했다. “폐기물은 더 활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대부분 난방·취사용 연료로 사용”된다.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과 취사활동이 이뤄지는 아침, 저녁의 대기오염으로 이어진다.

‘통일 비용’ 부메랑 생각해야

북한의 환경오염은 남북이 합쳐지면 고스란히 통일비용으로 돌아온다. 환경오염은 북한뿐 아니라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문제다. 통일 이전 동독에서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극심했다. 통일 이후 독일에서는 동독지역 환경오염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 독일이 써야 했던 전체 통일비용 중 동독지역 환경 복원 비용이 20%를 차지했고, 통일 이후 인프라를 구축할 때 물 처리 분야에만 전체 비용의 약 15%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독은 석탄 중심의 에너지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졌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환경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동독의 생산시설들은 환경정화시설 없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갈탄을 주 연료원으로 썼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아래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도 미약했다. 통일 이후 총체적으로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1660만명의 동독 주민들 중 430만명이 분진 공해지역에, 600만명은 아황산가스 오염지역에 살고 있었다.

동독 인구의 26.3%는 미세먼지 농도가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지역에 거주했다. 급수나 하수처리같은 환경기반시설도 취약했다. 주민들의 건강문제도 심각했고, 환경오염 처리비용도 커졌다. 토지소유권을 정리해 개발을 추진하려 해도 환경오염이 심해 용지공급이 늦어졌으며 옛 서독 지역의 기업들은 오염처리라는 부담을 꺼렸다. 그래서 동독 지역의 입지 경쟁력이 떨어졌다. 북한은 동독보다도 상황이 나쁠 것으로 추정된다.

[DMZ를 그린존으로](2)압록강은 3급수 이하? '통일비용'으로 돌아올 북한 환경오염 실태는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1단계 조성 당시 “삽 먼저 떴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같은 절차를 생략한 채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공장의 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흘러들어가 강을 망가뜨리고, 비무장지대 습지를 비롯한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해빙무드를 타고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이나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도 복원사업이 이뤄진 것처럼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남북 교류·협력에서도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형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 추가비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독의 환경오염 문제는 독일 통일의 비용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면서 “환경은 경제 이슈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지만 환경인프라는 기본 사회인프라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통일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공조’ 가능한 것부터

하지만 남한의 환경기준과 우리의 환경 감수성을 가지고 북한에 협력을 요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개발 수준이 다르고 경제 모델과 인식과 법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남북경협을 추진할 때 환경부가 만들어놓은 ‘남북경협사업 환경가이드’가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공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북한 지역 난개발을 막고 지속가능한 발전 체계를 만들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위원회’ 같은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반적인 환경협력을 강화하려면 오염원별로 구분해 환경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오염 정화시설, 하수·폐수처리장, 상하수도와 같은 환경기초시설부터 정비할 수 있게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를 막고 숲 생태계를 복원할 기술지원도 중요한 환경협력사업이 될 수 있다.

다만 북한과 직접 교류의 첫 발을 뗀 상황에서 곧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한다. 환경분야에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주로 민간단체나 국제기구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 차원의 협력은 기상장비 설치나 개성공단 환경시설 지원에 그쳤다. 그나마 지금 남한이 갖고 있는 북한 환경에 대한 정보도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같은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얻은 것들이었다.

남북 정부가 직접 손을 맞잡는 것이 지름길이지만, 당장은 국제사회를 통해 환경협력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환경·보건과 관련된 인도주의 사업을 이어와 북측과 협력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이전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에서 우선적으로 국제공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수정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 간 유엔 제재와 북한 내 상황으로 직접 교류가 끊어진 상황이어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노하우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환경문제는 정치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이고,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당위성도 있기 때문에 신뢰를 쌓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면 완충효과도 있고, 국제사회의 재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남북 직접교류와 함께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녹색연합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