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요.”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한 중년 남성이 물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의 방향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의 숙의토론회가 첫 걸음을 뗀 날이었다. 김은정 대전 둔원고 교사와 안영근 한국전문대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이 한국의 대입제도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여기저기서 질문을 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수도권 시민참여단으로 선정된 이 남성은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자녀를 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만 되는 게 아니라 부모들이 전문적으로 연구해야 할만큼 대입제도가 복잡하다”며 “대학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는 건 이해하지만 왜 이렇게 됐을까”하고 물었다. 입시제도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아이들과 부모들이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꼬집었다. 안 센터장은 “저도 공감한다. 대입전형 방법수가 3000가지가 넘는다”면서 “대학들은 교육부 지원을 받아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고 있지만 대학별로 명칭이 달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고3 담임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대입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번엔 김 교사에게 질문이 돌아갔다. 사회자가 “숙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이 부분을 고려해 답해달라”고 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잠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머뭇거러던 김 교사는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생이 된 뒤 갈등을 겪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날 토론장에는 20대 대학생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60대 할머니까지 댜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도권역에 강원·제주까지 포함됐기 때문에 어떤 시민은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시민도 보였다. 예상 참석인원 303명 중 95%인 288명이 토론장에 나왔다. 9명 정도씩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총 31개 조를 이뤘다. 각 조마다 원활한 토론 진행을 돕는 ‘모더레이터’가 한명씩 배치됐다.
축사에 나선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여러분들은 작은 대한민국”라면서 “여러분들은 대입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계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입제도를 바꾼다면 어떤 전형을 늘려야 할까요? 평가방법은 어떻게 할까요? 대학의 권한을 늘려야할까요? 저는 이렇게 바꿔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교육의 바람직한 미래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김 위원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 대표하는 6명에게 위촉장을 줬다. 60대 여성이 대표로 “내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나와 다른 의견에 귀 귀울일 것이며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참여규칙을 낭독했다. 10분간 같은 조가 된 시민들끼리 통성명을 할 시간이 주어져 토론장이 시끌시끌해졌다. 이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인 이희진 공론화위원이 ‘공론화의 이해와 시민참여단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고, 대입제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시민참여단은 점심 도시락을 먹고 오후 일정에 들어갔다. 이들은 4가지 대입제도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이후 일정은 취재진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는 호남권 시민참여단 1차 숙의토론회가 열렸다. 영남권과 충청권 토론회는 15일 각각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KT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됐다. 권역별 인구수를 따져 참여단을 선발해 호남, 영남, 충청권에서는 각각 50명, 120명, 54명이 참석했다. 앞서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최종 참여율이 75% 안팎일 것으로 보고 애초 밝힌 규모인 400명보다 150명 많은 550명을 확보했다.
시민참여단은 온·오프라인 학습과 토론회 영상 시청 등을 거쳐 이달 27~29일 2박3일동안 2차 토론회를 갖는다. 2차 토론회에선 모든 권역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두 차례 숙의가 끝나면 공론화위는 대입제도에 대한 시민참여단 의견을 분석해 다음달 초까지 국가교육회의에 그 결과를 제출한다.
'가르치고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너시간씩 자면서 석면 공부" 교육당국 조치 이끌어낸 학부모들이 말하는 ‘석면과의 싸움’ (0) | 2018.08.30 |
---|---|
'수능 절대평가' 의제팀 자료에 불리한 절차? 교육계 '공론화 바람' 속 공론화위 불협화음 (0) | 2018.08.30 |
자소서는 ‘사실위주’로, 교사추천서는 폐지, EBS 연계율은 50%로 축소···2022학년 대입 개편방향 (0) | 2018.08.30 |
‘우리는 진실을 포기할 수 있는가’ 올해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문제들은 (0) | 2018.08.16 |
올 수능은 끝나면 문항별 ‘성취기준’ 공개...지진 대비용 예비문항도 출제 (0) | 2018.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