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아쉬움이 남아있던 지난해 9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학동안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한 1226개교 모두를 대상으로 안전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경기 과천 관문초에서 공사 후에도 석면 폐기물이 발견돼 ‘등교 거부’ 사태가 일어난지 한달 만이었다. 올해 2월 서울 인헌초도 공사 이후 석면이 발견돼 개학을 한달이나 미뤘다. 결국 교육당국은 학부모, 시민단체와 함께 안전대책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석면제거·정밀청소를 진행했다. 가장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한 건 아이를 석면이 흩날리는 교실에 보내야했던 학부모들이었다.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학부모넷)’에서 학교 석면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활동가들. 왼쪽부터 방은영씨, 정진경씨, 윤예성씨, 한정희씨. _ 노도현 기자
지난 11일 학교 석면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던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학부모넷)’를 발족했다. 18일 서울 동작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학부모넷 활동가 4명은 “아이들을 발암물질인 석면 없는 안전한 교실에 보내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헌초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방은영씨(45)는 지난해 겨울 가정통신문을 통해 석면 제거 공사 소식을 접했다. 무슨 공사를 하는 건가 싶어 학교 측에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석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활동은 시작됐다. “교육청 관계자나 학교에 오신 시공업체 분들은 ‘저희가 전문가’라며 알아서 한다고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부모들이 3~4시간씩 자면서 석면공부를 했죠.”
“설마 우리학교도?” 인헌초와 가까이에 있는 난곡초 학부모 정진경씨(41)도 인헌초 뉴스를 보곤 겁이났다. 학교 측에 재검사를 요구해 총 3번을 검사했는데도 석면이 검출됐다. 하지만 석면 문제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학교, 교육청의 온도차가 너무 컸다. 정씨는 “학교와 교육청은 규정대로 했다, 이정도 석면은 어디서든 나온다고 한다”면서 “규정대로 했는데도 석면이 나왔다면 안 나오게끔 규정을 만들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의 한 학교는 부모들이 석면 제거 공사를 전면 백지화시켰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정밀한 장비를 쓰고, 매뉴얼을 보완해 한번 공사할 때 제대로 하자는 이유였다. 과천 관문초 학부모 한정희씨(41)는 “예전에는 대체물질이 없어 학교를 지을 때 석면을 썼다고 쳐도 이제는 모두가 발암물질인 걸 아는 이상 석면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대충 공사해서 석면이 포함된 초미세먼지를 학교 안에 날리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방씨도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입찰을 해버리면 수준 높은 공사를 할 수 없다. 석면문제를 시간에, 예산에 쫓겨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더욱 강화된 학교석면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여름방학에 전국 641개교에서 시행하는 석면 해체공사 중 석면 가루가 작업구역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과 벽에 이중으로 비닐을 덮도록 했다. 또 학교 석면 모니터단에 학부모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나 외부전문가가 꼭 참여하도록 했다. 작업이 끝난 뒤 모니터단이 검사를 통해 이상 없다고 판단한 때만 리모델링과 같은 다음 공정을 진행하는 ‘잔재물 책임확인제’도 시행한다. 석면해체작업감리인이 감리를 부실하게 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처벌기준을 강화했다.
학부모넷 학부모들도 이번 여름방학동안 모니터단에 참여한다. 자신들의 활동이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기를 이들은 바란다. 서울 덕수초 학부모 윤예성씨(46)는 “학교나 교육청이 안전에 대한 부분을 계속 감추는 이상 누군가는 그걸 드러내고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잘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말보다 깨끗한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우리를 시끄러운 엄마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 교육현장의 현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알리고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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