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가 바쁘시구나. 일 가셨니?”
ㄱ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빠 참여수업’이 열린 날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에게 아빠가 아닌 엄마가 온 것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아빠들로 북적이는 교실 안에 엄마는 ㄱ씨 혼자였다. ㄱ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다. 어린 나이에 임신해 불량학생 취급을 당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남편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산모들에게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조리원 동기’라며 서로 친해진 산모들은 이야기할 때도, 밥먹을 때도 ㄱ씨를 껴주지 않았다. 직장을 다닌 뒤부턴 “어린 나이에 왜 혼자 사냐. 팔자 바꿔라”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ㄱ씨는 ”사회적 편견으로 제 가슴은 멍들어 간다”고 말했다.
3살 아이를 혼자 키우는 20대 여성은 면접을 볼 때 “왜 혼자냐”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거냐”와 같이 업무와 관련없는 질문만 받았다. 또다른 20대 여성은 택시에서 아이를 혼자 키운다고 털어놓으니 “아이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같이 살라”는 말을 들었다.
30일 여성가족부가 지난 한 달 동안 미혼모·부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으로 겪은 차별을 조사해보니 미혼모·부가 일상에서 맞딱드리는 차별과 불편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부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힘들어했다. 앳되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안고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동네 부끄러우니 연락하지 말자”며 미혼모가 된 딸에게 등을 돌린 부모도 있었다. 친구나 교사, 병원 관계자들이 아빠 없이 아이를 키워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임신중절을 권유하는 일도 많았다.
이같은 편견은 차별로 이어졌다. 한 20대 여성은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업무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고 하자 ‘열정이 없다’며 해고당했다. 동네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미혼모시설에 있는 엄마들이 했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일도 있었다. 많은 미혼모·부들은 관공서나 은행, 병원에 가면 공개된 장소에서 개인정보를 상담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한부모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아버지가 그 자녀를 인지하더라도 어머니 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통합상담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여가부는 오는 10월 2일까지 홈페이지에서 미혼모·부의 일상 속 차별 사례와 불편 사항을 접수받아 개선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펼친다. 2016년 기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은 44만6000여 가구이며, 이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은 18만1000여 가구이다. 한부모가족 구성 사유는 이혼(77.1%), 사별(15.8%), 미혼·별거(7.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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