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가습기 살균제 국회 토론회
ㆍ“구제계정 10%도 집행 안돼…정부, 10점 만점에 4.25점”
“지난 정권이 방해를 했다면, 이번 정권은 희망고문이예요. 하고 있다는데 결과는 같습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얘기했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왜 아직도 세상이 공정하지 않은거죠?”(천식을 앓는 김민서 피해자)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5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외형적으로는 법이 개정되고 지원 규모가 확대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정부가 구제에 소극적이고 대책이 미흡하다며 비판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가습기살균제참사 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피해보상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이미 2017년 환경부 용역 연구로 제품 사용자가 350만~400만명 규모로 추정됐고, 그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만 56만명이다. 그 중 신고자는 단 6040명(1.2%)에 불과하며, 1335명은 이미 숨졌다. 정부가 피해자로 판정한 사람은 고작 607명. 99%의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심각한 건강상 고통으로 신고를 한 사람 중에도 89%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판정 대상 질환과 기준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피해자들만 고통을 받고 가해기업들에는 면죄부를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정식 피해 보상을 받기 전에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가 조성한 기업 기금인 1250억원의 ‘구제계정’조차 현재까지 단 93억원만 집행됐다. 기업이 내놓은 돈조차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최 부위원장은 “낮은 집행률 때문에 최근 피해구제법 개정 과정에서 기업에서 추가 기금을 걷도록 한 내용마저 삭제됐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입증책임 원칙을 적극 받아들여서 피해자들이 과거 제품을 썼다가 아팠다거나 병원에 갔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가해자인 제조판매자들이 피해자의 주장을 반증하도록 피해 인정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법과 제도의 한계 내에서 시행하다보니 진척이 더디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환경부가 피해자와 전문가 33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피해구제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25점에 불과했다. 신청·접수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며, 조사·판정 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건강모니터링 대상과 항목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안세창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앞으로는 구제계정부터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19년 하반기까지 비염, 피부염 등 동반질환까지도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의 지적대로 구제계정 신청·심사 절차를 단축하고, 지원 서비스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를 마친 후 피해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관을 코에 연결한 피해자들은 숨이 가빠서 발언을 쉬이 이어가지 못했다. 두 번째 폐 이식을 준비하거나 폐 손상을 당하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등 피해가 제각각이었지만, 한결같이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박영철씨 가족은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 박나원(7)양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물놀이. 하지만 목을 절개한 채 인공튜브를 꽂고 있어 발만 담글 수 있다. 천진하게 마이크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나원양은 바람이 새어나오는 작은 목소리로 “수영장에 가고 싶다”는 말을 어렵게 내뱉었다. 박영철씨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음성장애를 신청했는데 부모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대통령 사과를 계기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시싹싹’을 썼다가 폐가 망가진 안은주씨는 실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 바깥에선 피해자들이 엄청난 돈을 받은줄 알지만, 실제로는 병원비 3000만원 정도고 나머지 합병증에 대해선 지원도 못받았다. “생활고로 2016년 라디오방송 사연을 보내 성금을 받기도 했지만, 정부지원금에서 이를 제한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는 “1년 전 앞으로는 피해수준을 단계로 나누지 않고 피해자 인정과 불인정만 있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눈높이를 낮춰서 모두 피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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